이번엔 현대차 협력 중단설… 애플, 금간 신비주의에 뿔났나

입력 2021-02-08 00:03

애플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애플카 생산 협력설’을 놓고 상반된 해외 보도가 잇따르면서 시장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외부에 협력설이 나돌자 신제품 개발 전 협력 사실을 보안에 부치는 ‘신비주의’를 지켜왔던 애플이 뿔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일 “애플이 최근 애플카 생산 협의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현대차그룹과의 논의를 일시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 경제매체 CNBC가 양사의 애플카 생산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지난달 현대차·기아는 협력설이 불거지자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을 뿐이다.

애플과 현대차그룹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간 보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해 왔던 애플의 영향이 크다. 애플은 자사 직원들에게 비밀유지 계약서를 작성케 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밀 유출자가 나올 경우 디지털 포렌식 회사까지 동원해 잡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협력사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 등 다양한 제품을 위탁생산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협력사가 손에 꼽힌다. 협력이 성사돼도 자사 주도로 이뤄지는 발표를 원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유별난 애플과 굳이 협력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보이는 국내 업계 관계자들도 많다. 애플은 애플카 생산에서도 오롯이 주도권을 갖길 바라고 있다. 자사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하드웨어 통제까지 허용해주는 완성차 업체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협업할 경우 애플의 단순 위탁생산업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테슬라의 성공을 보고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라며 “애플카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도 이미 세계 5위권의 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차·기아가 아쉬울 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올해 차세대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문 합작사 설립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도 단계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의 침묵 속에 주가 변동 우려도 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의 주가는 지난달 8일 애플카 협력설이 불거진 이후 급등했다. 특히 기아의 주가는 지난달 7일 6만3000원에서 지난 5일 기준 10만1500원으로 37.93%나 치솟았다. 이번 협력 중단설에 따라 주가가 급락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8일 애플카 협력과 관련해 재공시를 내놓는다. 기아는 9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연다. 다만 양사가 지난달 공시를 통해 내놓은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