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중 연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례적인 ‘팔자’ 행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한 달 만에 지난해 순매수 규모의 40%가량을 사들인 개인투자자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4일부터 지난 5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0조17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의 총 순매도액은 23조8000억원이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 29거래일 연속 팔아치우며 역대 최장 순매도 기간을 기록했다.
개인은 같은 기간 29조27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4조9700억원을 팔았다.
연기금이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이 기간 3조89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개인이 삼성전자를 제일 많이 사들인 것(순매수액 11조3500억원)과도 정 반대였다.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빅히트(114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630억원) SK(610억원) 등이다.
연기금의 순매도 행렬에 대해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채권 가격 하락으로 연기금 전체 자산 가운데 채권 비중이 감소했고, 주식 비중은 상대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연기금은 자산 목표 비중을 사전에 정해 놓는데 주가 상승 등으로 주식 비중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순매도에 나선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주요 연기금의 내년 자산 목표 비중이 발표되는 오는 5~6월에 수급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자산 배분 목표가 강세장 이전에 설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때 올해 목표 비중이 수정되거나 내년의 경우 주식 비중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수급 변화와 개인의 매수세 지속 여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개인의 매수 강도가 약화된다면 지수 방향성을 결정짓는 외국인의 수급 개선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국내에서 27조원가량을 순매도한 상태다.
하 연구원은 “개인은 대규모 순매수를 이어가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며 “레버리지를 활용한 매매가 조정장에선 낙폭을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4일 기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은 66조원가량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은 637조8500억원가량으로 한 달 새 9조9800억원 정도가 줄었다. 이 같은 단기 자금은 주식 등 투자처로 유입됐다는 추정이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