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성윤 유임시킨 검찰 고위 인사 기대이하다

입력 2021-02-08 04:01
법무부가 7일 단행한 검사장급 검찰 인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심재철 검찰국장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의 자리를 맞바꾸고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조종태 춘천지검장을, 후임에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을 임명한 게 전부다. 승진은 없고 전보도 4명에 불과한 소폭 인사다. 법무부가 이날 밝힌 대로 조직 안정과 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한 최소한의 인사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추미애 장관 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던 심 국장을 교체한 것은 윤 총장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교체를 적극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수사 일선에 복귀시키지 않았다. 윤 총장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조직 안정과 총장 견제의 절충을 꾀한 셈이다. 채널A 사건, 이용구 법무차관 택시기사 폭행 의혹 재수사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을 지난 8월 인사에 이어 또 유임시킨 것은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이 지검장은 윤 총장과의 잦은 대립 과정에서 소속 지검 검사들의 불신으로 지휘력이 흔들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일 때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금지 과정에 개입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지만 자리를 지켰다. 청와대가 이 지검장을 여권의 ‘방패막이’로 여전히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인사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관할하는 문홍성 수원지검장을 유임시켰지만 이 지검장 유임 여부는 법무부와 검찰 갈등 해결에 대한 여권의 의지를 판단할 바로미터로 여겨졌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3차례 6개월 단위로 검사장급 인사를 했고 윤 총장 임기가 7월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다해도 이 지검장 유임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인사에 대해 “추미애 2기 시작” “정권 옹위부의 오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 비판이 타당한지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앞으로 검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렸다. 여권은 검찰의 정당한 수사에 제동을 걸려 해서는 안 된다. 검찰권은 여권을 위한 것도, 검찰을 위한 것도 아니다. 부정부패를 엄단하고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