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는 7일 페이스북에 “지정학적 이유로 선대들이 강제 주입당한 사대주의 열패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 ‘미나리’를 거론하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치” “우리가 얼마든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알래스카를 빼고는 하는 곳이 없다”며 비판하자 이 지사가 첫 공개 반박을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지사가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단독 선두를 이어가면서 이 대표와의 신경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견제구에 대응을 자제하던 이 지사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하루 전인 6일에도 “사대적 열패의식” 표현을 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만 기본소득을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이 담긴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의 기고문도 첨부했다.
이 같은 행보에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대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그러나 “정책적인 부분에선 분명하게 메시지를 내지만 당원으로서 불필요한 갈등 조장은 최대한 경계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지율에서 이 대표를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대립각을 세워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권 지지율 선두에서 추격자가 된 이 대표는 묵묵히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선거 1년 전인 3월 9일까진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이 대표 측은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시한 ‘국민생활기준 2030’ 신복지제도 구상을 정교하게 다듬고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 민생입법 등 현안 마무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정치적 고향인 호남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하락세가 바닥을 찍고 안정감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당대표를 맡으며 코로나19 대응과 각종 개혁입법 추진 과정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4월 보궐선거 성패에 따라 이 대표의 리더십도 최종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을 넘어 경제 등 정책 다듬기와 조직 구축에도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지난 6일엔 정 총리의 오랜 지지 조직이자 대선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북국민시대’ 3기가 출범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정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시계를 보는 사진과 함께 “오늘도 주어진 24시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정 총리와 이 대표는 설 명절을 앞둔 10일 나란히 광주를 찾아 ‘민심잡기’에 나선다. 두 사람은 광주 지역 코로나19 상황과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의 광주 방문은 올해에만 세 번째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