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오늘 우리 귀에 응한 말씀

입력 2021-02-09 03:04

코로나19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황에서 설을 맞이합니다. 코로나19로 광야에서 시험당하는 것 같은 삶을 살다가 명절을 맞이했지만, 고향과 부모를 찾아가는 설레는 휴가를 누릴 수 없게 됐습니다. 고향은 부모 형제자매들과의 기억이 풍성하게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추모관도 출입이 제한되고 오가는 왕래도 자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예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시험을 받고 갈릴리로 돌아와 자신이 자란 시골 마을인 나사렛에서 첫 설교를 하는 모습입니다. 예수께선 공생애 시작부터 당시 문화와 권력의 중심지 예루살렘이 아니라 갈릴리에서 사역합니다.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의 기억이 함께하는 어린 시절 향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선지자 이사야의 말씀을 이루려 함이었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구원 역사 계획에 따른 순종이었습니다.

갈릴리 주변 땅은 대체로 비옥했으며 목축업과 농업, 과수 재배도 번성하던 곳이었습니다. 구약시대에는 납달리 아셀 스불론 잇사갈의 네 지파에게 분배된 땅이었고, 솔로몬 이후 북왕국 이스라엘에 속해 있었습니다. 갈릴리는 이방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았기 때문에 ‘이방 사람들의 갈릴리’라고도 불렸습니다. 예수님 시절에는 로마군대와 백부장의 주둔 부대가 있었습니다. 세관이 있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수치의 땅으로 취급받기도 했습니다. 로마인들과 헬라인들에 의해 억압당하는 가난과 절망, 흑암의 땅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시작 첫 설교는 사망의 그늘이 드리워진 땅에서, 그 땅의 사람들에게 이뤄졌습니다. 예수님의 설교는 이사야 61장 1~2절의 예언 말씀을 선포하면서 시작됩니다.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를 다시 보게 함으로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했습니다.

성령의 충만함을 입고 능력을 행하던 예수님의 첫 설교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들은 그를 요셉의 아들로 한계지었습니다. 예수의 공생애를 시작하는 첫 설교는 나사렛 사람들의 반대와 혐오에 부딪히는 표적이 됐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에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한 풍경이 됐습니다.

예수께서 엘리야 시대의 오래된 흉년에 굶주려 죽어가는 과부 중에서도 시돈 땅에 있는 사렙다 과부 한 사람, 엘리사 시대의 수많은 병자 중에 이방인 수리아의 나아만, 믿고 따르는 자들에게 일어났던 은혜의 사건들을 예를 들어 설파했을 때, 나사렛 고향 사람들은 그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인한 삶의 고단한 신음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이 땅에 은혜의 해를 선포할 자는 누구이며 어디일까요.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성령이 임하기를 간구합니다. 성령이 우리에게 임하길 기도합니다. 예수를 따라 가난한 자들, 권력에 억눌린 자들과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자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긍휼의 역사에 함께하길 원합니다. 예수를 믿으면서도 낭떠러지로 가서 그를 밀어버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길 원합니다.

이 난국에 교회는 회개해야 합니다. 하늘이 열리고,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말씀했던 그리스도 예수를 따라 행하는, 의심 없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시기와 질투와 증오, 혐오의 세상 가운데로 지나가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따라가야 합니다. 진리이신 예수, 생명 평화 정의 자체이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세상을 관통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김은경 목사(익산중앙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부총회장)

◇익산중앙교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으로 이주민 선교와 평화 통일을 위한 기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