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슈퍼볼’ 빅뱅, 코로나도 터질라

입력 2021-02-08 04:07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개막을 이틀 앞둔 5일(현지시간) 밤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가스파릴라 해적선 앞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탬파시는 인근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55회 슈퍼볼을 앞두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포함한 방역 지침을 세웠지만, 현지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시민들이 밤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로스포츠 단일 경기에서 세계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을 앞두고 미국 방역·보건 당국이 초비상에 들어갔다. 가족·친척·이웃끼리 음식을 나눠먹으며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슈퍼볼 파티’가 미국 전역에 예고된 탓이다. 슈퍼볼이 열리는 날을 뜻하는 ‘슈퍼 선데이’를 빗대 코로나가 확산되는 ‘슈퍼 스프레더 선데이(Super spreader Sunday·대규모 확산의 일요일)’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로 55회째를 맞이한 슈퍼볼은 8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대결로 펼쳐진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살아있는 절설’ 톰 브래디(44·탬파베이)와 ‘젊은피’ 패트릭 마홈스(26·캔자스시티)의 신구 쿼터백 맞대결.

톰 브래디. AP연합뉴스

브래디는 2000년부터 20년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소속으로 9차례 출전한 슈퍼볼에서 6차례 우승을 이끌고 4차례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40대 중반인 나이 탓에 이적한 탬파베이를 그대로 우승권 주자로 올려 세웠다. 마홈스는 지난해 24세158일의 나이로 슈퍼볼 사상 최연소 MVP를 차지한 현역 최강 쿼터백이다. 마홈스가 또 한 번의 우승을 일구면, NFL 사상 처음으로 만 26세 전에 두 차례 우승하는 쿼터백이 된다.

패트릭 마홈스. AFP연합뉴스

마홈스를 앞세운 캔자스시티는 올 시즌 정규리그 전적 14승 2패로 9할에 가까운 승률(0.875)을 기록했다. 미국 언론과 스포츠베팅 업체들 대부분이 캔자스시티의 우승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올해 슈퍼볼 개최지는 2017년 5월 NFL 경영자 회의에서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으로 결정됐는데, 공교롭게 탬파베이의 홈구장이다. 탬파베이는 슈퍼볼 사상 처음으로 홈경기를 치르는 팀이 됐다. 장내·외에 몰려들 안방 관중의 응원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사망자만 46만명을 넘긴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에서 군중의 경기장 운집은 자칫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NFL은 이를 우려해 수용 인원 7만5000명인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30% 이내인 2만2000석만 개방하기로 했다. 관입장객 중 7500명은 백신을 접종한 의료계 종사자다. 관중석 개방 비율이 사실상 19.3% 선으로 제한된 셈이다.

제인 캐스터 탬파시장은 슈퍼볼을 앞두고 도시 전역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캔자스시티 보건 당국은 시내 식당·주점의 개방 비율을 평소의 절반으로 제한하고, 방역 수칙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조사관을 파견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경기를 하루 앞둔 7일 “탬파 유흥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술에 취해 몸을 밀착한 팬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며 방역에 느슨해진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슈퍼볼 파티에 대한 방역은 탬파와 캔자스시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풋볼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대학마다 팀이 운영될 만큼 지역사회를 깊이 파고든 최고 인기 종목이다. 미국소매협회 여론조사에서 집이나 식당에 모여 슈퍼볼 파티를 하겠다는 응답자는 27%로 나타났다. 3억3700만명 이상인 미국 인구에서 4분의 1이 삼삼오오 모여 슈퍼볼을 즐기겠다고 답한 셈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슈퍼볼 파티를 넘어가 달라”고 호소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