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 전체 상임위원회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 분위기는 아랑곳없이 해외 연수를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의회 올해 예산에 국외 여비도 슬그머니 인상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국외 여비라도 증액해 놓고 보자는 행태 자체가 열악한 지방재정을 외면하고 본인 밥그릇만 챙기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의회 정책복지·행정문화·산업경제·건설환경소방·교육 등 전체 5개 상임위 소속 31명 의원들이 국외 연수를 떠날 수 있게 됐다. 도의장 등 9명 의원은 자매결연도시인 베트남 빈푹성을 방문해 지방의회 차원의 교류 확대할 계획이다.
도의회는 지난해 1억2100만원으로 정한 국외 여비와 자매·우호 협력도시 방문여비를 올해 1억2650만원으로 4.5% 인상했다. 이 중 국외 여비는 9300만원으로 31명 의원 1인당 300만원을 배정했다. 베트남 우호교류에는 1350만원을 편성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예산 심의를 하면서 국외 여비 인상에 대한 적절성을 지적한 의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 몫 챙기기’를 인정한 셈이다.
도의회는 매년 2~3개 상임위 국외 연수 여비를 편성하고 있다. 나머지 상임위는 통상 이듬해 국외 연수를 추진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모든 의원들이 국외 연수를 떠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렸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국외 연수라 과감하게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문희 도의장은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올해 국외 연수 대상자를 전체 상임위로 확대했다”며 “의원 1인당 국외 여비는 지난해보다 200만원 줄어 오히려 자부담이 늘게 됐다”고 해명했다.
청주시의회, 충주시의회. 음성군의회 등 대다수 지방의회는 전년과 동일하게 국외 여비를 편성했다.
그러나 지역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지방의회도 있다.
제천시의회는 올해 아예 국외 여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지난해도 4470만원을 전액 반납했다.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지역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아픔을 분담하자는 의지로 풀이된다.
제천시의회 관계자는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해 해외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코로나19 관련 예산이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예산 절감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방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올해 예산에 국외여비를 편성한 지방의회에 반납을 촉구했다.
최진아 충북참여연대 시민자치국장은 “지자체마다 예산 부족으로 주민들에게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국외 여비를 책정한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충북도의회가 지난해 해외 출장을 취소한 의원들의 몫까지 챙겨 예산을 편성한 것은 질타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다들 힘든 이 코로나 시국에”… 충북도의회, 해외연수 궁리
입력 2021-02-0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