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스트라 백신 고령자 접종 계획 수정해야

입력 2021-02-06 04:01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두 번째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여부에 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백신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은 질병관리청으로 넘겨졌다. 앞서 1차 자문회의에선 ‘만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에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2차 회의에선 입장이 좀 더 신중해진 것이다. 결국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추가적인 효과 검증 자료가 나와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을 수정하는 게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5일 식약처에 따르면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만 18세 이상에 허가하되, 고령자 접종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식약처의 백신 허가 여부는 향후 최종점검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질병청은 식약처의 최종 결정 이후 자체 자문단 검토와 예방접종전문위 심의를 거쳐 고령층 접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 고령층에 대한 효능이 아직까지 덜 입증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국 보건 당국의 판단에 관심이 쏠렸다. 유럽연합(EU)은 이 백신의 조건부 판매를 승인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 7개국은 65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했다. 스위스는 백신 사용 승인을 보류했다.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도 이날 결정에 대해 “고령자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는 신중하게 사용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달 말부터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1분기에 도입되는 백신의 절대 다수가 이 제품이다. 정부가 정한 순서로는 1분기 접종 대상자인 요양병원·요양시설의 고령 입소자들이 이 백신을 맞게 되는 것이다. 추가 임상시험 데이터가 나와 효능에 대한 의혹이 불식된다면 계획대로 접종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이 백신은 의료진에게 먼저 맞히고, 고령층은 효능이 검증된 다른 백신이 들어올 때까지 접종을 늦추는 식으로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 접종 계획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대상자들이 접종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보건 당국은 전문가들의 판단과 외국 상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