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권순기(62) 중국아주경제발전협회장은 ‘해결사’로 통한다. 한국과 다른 중국의 법률, 규정, 관행, 문화 등에서 비롯된 복잡한 문제들이 그를 통하면 풀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한국 기업 100곳 이상의 중국 진출을 도왔다. 비결은 30년간 쌓아온 인맥이다.
권 회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에서 사업으로 성공하려면 기술, 정직, 신용 세 가지를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중동포(조선족)인 그는 지난해 10월 세계한인의 날 유공 정부 포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훈장 전수식은 5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열린다.
-한국 기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중국 외교부 산하에 중한경제발전협회가 설립됐다. 중국이 대외 개방을 시작하면서 ‘외국에서 배우자’는 바람이 불 때다. 미국은 너무 멀고 일본은 너무 앞서 있었다. 그에 비해 한국은 가깝고 문화가 통하고 배울 점이 많은 나라였다. 중한경제발전협회는 2009년 중일한경제발전협회로 확대됐고, 지금은 아시아경제발전협회로 커져 48개 나라와 교류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주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한국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할 때 당국 허가를 받는 것부터 투자한 회사가 상장이 안 돼 떼이게 생긴 자금을 받아주는 일까지 다양한 일을 처리했다. 지금까지 법률을 지원한 한국 기업만 100곳이 넘는다. 처음에는 기업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하다가 끝내 안 된 문제들이 협회로 넘어온다.”
-기업이 못한 일을 협회가 해내는 힘은 뭔가.
“인맥이 중요하다. 관건은 사람이다. 그래서 중국 원로들을 찾아다니며 협회 고문으로 모셨다. 1990년대 20명이던 고문단이 지금은 100명이다. 주로 국가부주석, 부처 부장(장관급), 공안부 간부들이다. 또 중국에서 실력 있는 기업인 100명을 모아 회장단을 만들었다. 이들이 지역별, 업종별로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실패하고 나간 한국 기업들의 공통점은.
“중국에 가면 돈 벌 수 있다고 쉽게 생각했던 것도 있고, 중국인을 낮게 본 측면도 있다. 옛날처럼 큰돈 벌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시작하면 안 된다. 분야를 잘 선택하고 중국의 정책과 전망을 보고 들어와야 한다. 한국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는 중국에서 환영받는 분야다.”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소회는.
“한국은 중국에 제3의 무역국이 됐다. 앞으로 30년도 목표를 세우고 교류해야 한다. 우리 협회는 작년에 북한과 경제 교류를 해보려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걸 해보려 한다. 또 한·중 기업이 합작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베이징=글·사진 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