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접으라고?”… 충북 소상공인 폐업하면 780만원 논란

입력 2021-02-05 04:07
충북 청주지역 소상공인들이 최근 충북도청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영업 제한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4일 충북 청주 서문시장. 전국 유일의 삼겹살 특화거리인 이 시장의 김동진(66) 상인회장은 한숨만 내쉬었다. “아니 폐업하면 돈을 주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김 회장은 충북도의 780만원 폐업지원금 제도 공문을 들고 더 목소리가 커졌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생계가 막막한데 관청이 도와주진 못할망정 가게 문 닫으라고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충북도는 전날 회생이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겠다며 폐업지원금 카드를 꺼냈다. 폐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폐업지원금 200만원, 교육·훈련비 100만원, 교육기간(3개월) 생계비 월 100만원, 6개월간 취업장려금 180만원 등 최대 78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연간 2000명씩 5년간 1만명을 지원하는 게 목표”라며 “한 해 156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도는 이달부터 대상자를 선정, 3~6개월의 교육 과정을 통해 에어컨 설치 보조기사, 미장·도배·용접 등 건설현장 기능사, 지게차 운전기사 등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소상공인 대다수는 “장사를 접으라는 통보나 다름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방역 당국의 영업제한 조치로 지난해 1년 동안 거의 가게 문을 닫다시피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대료와 운영비 등으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진 빚은 누가 갚아줄 것이냐는 불만이다.

박시영 충북대상가번영회장은 “직업전환 지원은 현실성도 없고, 자영업자의 희망만 짓밟은 정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건 도와주는 게 아니라 적당히 덮겠다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선영(48)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실효성 없는 근시안 행정”이라며 “제대로 된 수요조사와 충분한 협의가 없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했다.

다른 상인은 “다른 시·도에선 자영업자들에게 운영자금 대출한도를 늘려주고, 대출 이자를 갚는데 예산을 보탠다”며 “폐업지원금 예산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에게 대출한도라도 늘려 달라”고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국민의 소비패턴이 바뀌어 소상공인 자영업자 상당수는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폐업지원금 정책이 ‘옳은 정책’이란 주장인 셈이다. 그는 “앞으로도 폐업·생계 지원, 교육훈련, 취업장려금 지급 정책을 계속하겠다”며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고 일자리를 보강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