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살처분〓 AI 예방’ 정말 최상책일까?

입력 2021-02-05 04:06

“확산 막으려면 살처분은 불가피합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방역 당국은 어김없이 이 말을 꺼낸다. 이후로는 전염병 발생 농장에서 반경 3㎞ 이내 모든 농장에서 가축이 사라진다. 예방적 살처분으로 바이러스 숙주를 제거해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살처분=예방’ 공식은 언제나 유효했다. 축산차량 등 사람이 매개체가 돼 무작위로 ‘수평 전파’를 유발하는 상황에선 전염 가능성이 있는 모든 농장을 살처분하는 게 정답이었다. 예방이 쉽지 않다보니 일단 발병한 뒤로는 피해 확산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기술이 더해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가동한 새로운 가축방역통합정보시스템(KAHIS)은 수평 전파 가능성을 현저히 낮췄다. 6만1000여대의 축산 차량에 대한 실시간 통제가 이뤄진다. 축산 차량이 축산질병 발생 농장 반경 3㎞까지 접근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진다.

살처분 조치에 예방 시스템까지 보완한 결과는 어떨까. AI가 확산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85건의 확진 사례(4일 기준)가 나왔고 2549만8000마리의 가금류가 땅에 묻혔다. 최악으로 꼽히는 2016~2017년(3807만6000마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살처분 마릿수가 많다. 예방 시스템 덕분에 사람에 의한 AI 수평 전파 사례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살처분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예방적 살처분은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의문이다.

경기도 화성시 산안마을 사례는 이 의문을 곱씹게 만든다. 해당 농장은 확진 농장 인근에 위치해 있지만 AI에 감염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외 없이 살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산안마을은 이에 저항하고 있다. 보상도 필요없으니 산란계들을 죽일 수 없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멀쩡한 주변 사람을 잠재적 숙주로 매도해 죽이는 일은 없지 않은가. 생명의 가치를 고려해 품이 좀 더 들더라도 대안을 찾는 자세가 농식품부에 필요해 보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세종=신준섭 경제부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