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빛과 그림자, 5품목 시장성 부족 자진 퇴출

입력 2021-02-09 17:41
일러스트=이정주 쿠키뉴스 디자이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산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는 한편, 개발 과정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 승인 권고를 받았고, 지난달에는 유한양행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임상 3상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정’의 판매를 허가받았다. 국산 신약 완성은 드물게 들려오는 낭보다. 렉라자정은 국내 기업이 개발한 31번째 신약이다. 국산 신약 30호인 HK이노엔(inno.N)의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정’이 2018년 7월 허가를 받은 이후 3년만이다. 유한양행의 신약으로는 두 번째로 지난 2005년 9월 항궤양제 ‘레바넥스’ 허가 이후 16년만이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는 신약개발은 허가까지 통상적으로 15년이 걸린다. 이 기간 회사의 연구개발 자금 조달이 불안정해지거나, 정부의 규제로 인한 변수가 생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난관에 봉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출시되지 못한 국산 신약도 적지 않다. 31개 국산 신약 가운데 5개 품목이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품목허가를 자진해서 취하했다. 약가가 낮게 책정되거나, 개발을 지속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 대비 예상 수익이 적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의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주’와 동화약품의 간암치료제 ‘밀리칸주’는 시장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임상 3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한미약품의 폐암치료제 ‘올리타’도 임상 3상 실시를 전제로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글로벌 제약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경쟁 제품으로서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개발이 지속되지 못했다.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주’와 ‘시벡스트로정’은 출시가 좌절됐다. 약가가 낮게 책정돼 원가 대비 수익성을 낙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품목은 2016년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는데, 시벡스트로주가 12만8230원, 시벡스트로정이 10만7000원이었다. 당시 시장에 출시된 경쟁 제품은 글로벌 제약기업 화이자의 ‘자이복스’였는데, 시벡스트로주·시벡스트로정과 비슷한 약가로 더 많은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었다. 결국 동아에스티는 두 품목의 출시를 추진하지 못했다.

임상시험 진행에 차질을 빚고 품목을 유지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젬백스앤카엘의 췌장암 치료제 ‘리아백스주’는 임상 3상 실시를 전제로 2014년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적합한 참여 환자를 모집하는 데 난항을 겪었고, 기간 내 식약처에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지난해 8월 허가가 취소됐다.

신약의 개발과 출시 과정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해소할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업하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출범, 국가연구개발사업도 본격화 한다. 복지부는 이 사업을 통해 기업의 신약개발 추진력을 저하시키는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전주기적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