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신뢰

입력 2021-02-06 04:02

대면예배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지난 1일 코로나19 관련 백브리핑에서 “교회는 밀집도가 낮고 사전 방역 조치들이 이뤄져 지금까지 대면예배를 통한 감염은 거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교회 공격에 제동을 건 셈이다. 다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와는 별개로 종교시설 내 대면예배를 허용한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자 “대면예배 이후 식사, 폐쇄적 공간에서의 모임이 이뤄져 환자 수가 계속 양산된다”면서 “예배를 제외한 소모임은 일절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밝힌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년간 코로나19 감염 원인은 크게 ‘집단감염’과 ‘확진자 접촉’으로 구분된다. 그날 질병관리청은 전체 확진자 중 45.4%가 집단감염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교회를 포함한 종교시설이 1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했다. 자칫하면 확진자 100명 중 17명이 종교시설에서 발생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정책 브리핑에서도 해당 보도자료 제목을 ‘1년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45.4%… 종교시설이 가장 많아’로 표현했다. 하지만 해당 비중은 ‘집단감염’에서 차지하는 것으로 전체 비중에서 종교시설은 대폭 줄어든다. 조사 결과 중 특정 수치를 강조하려다 보니 전체에서 일부만 떼어 과도하게 부각한 셈이 됐다.

더욱이 집단 발생 관련 주요 시설로 종교시설이 가장 많다고 발표한 반면, 감염 우려가 큰 다중이용시설은 드러나지 않게 처리했다. 실내외 체육시설과 학원, 음식점 등을 다중이용시설로 묶지 않고 항목별로 나눠 감염 비중을 줄였고, 감염 비중이 높은 의료 및 요양시설도 다중이용시설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실내공기질관리법 기준으로 보면 다중이용시설에는 의료 및 요양시설도 포함된다. 다중이용시설을 모두 더 하면 전체에서 14.5%를 차지한다.

질병관리청의 발표는 교회를 포함한 종교시설에 부정적 인식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인 비중을 고려하면 지난 1년간 코로나19 감염은 확진자 접촉이 27.6%로 가장 많았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조사 중’이라는 항목이 18.4%, 다중이용시설이 뒤를 이었다. 종교시설은 한참 뒤로 밀려난다.

이런 발표는 한국교회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평가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은 교회발 감염이 전체에서 44%가량 차지한다고 추측했다. 실제 교회를 포함한 종교시설발 감염 비중과는 현격한 차이가 나는 셈이다. 종교시설에는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도 포함돼 있으므로 교회발 비중의 인식과 실제의 차이는 이보다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정적 영향 때문인지 한국교회를 ‘매우·약간 신뢰한다’ 응답은 21%였지만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경우는 무려 76%로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당시 같은 질의에서 ‘매우·약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32%였는데 1년 만에 11% 포인트 하락했다. 그 응답을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으로 나눠 보면 개신교인 중 신뢰한다는 비율은 70%였으나 비개신교인은 9%에 불과했다. 극명한 차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대응을 잘못한 것도 일부 사실이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재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실추돼 실제보다 훨씬 더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입춘도 지나고 설날이 코앞이다. 한국교회가 “개신교 정말 민폐다” “교회 지긋지긋하다”는 등 온갖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받은 질책과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거듭나는 신축년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