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때 한 남학생이 캠퍼스 어디서나 불쑥불쑥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어느 날 강의실 앞에서 내 책을 휙 낚아채 ‘찾고 싶으면 연락해요’ 하며 가버렸다. 그 일을 계기로 몇 번 만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확실히 정리하려고 약속장소인 어느 식당 문을 여는 순간 흰 테이블 위에 음식을 차려놓고 20여명의 양복 입은 남자들이 열렬히 환영했다. 휙 돌아서는데 그 남학생이 “경숙씨,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은 놈이에요. 내 목숨보다 더 당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요.” 절절한 애원에 결국 백기를 들었고 졸업 후 6개월 만에 결혼했다.
남편은 졸업 후 석사과정 공부를 시작했고 나는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나만 바라볼 것 같던 남편은 자신의 목표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언젠가 큰 아들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황급히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나 수업 가야 해! 당신이 알아서 처리해” 하고 전화를 뚝 끊었다.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남편에게 기대했던 사랑이 채워지지 않자 내 마음은 자식에게 옮겨갔고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하게 혼을 냈다. 설상가상으로 착하기만 했던 딸이 사춘기로 엇나가기 시작하며 소통이 되지 않았다. 나는 한때 큰 신앙체험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교회에 시간과 물질을 쏟아부었는데 기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삶은 무기력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의 담임선생님이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며 감격하던 모습이 퍼뜩 떠올라 한마음교회를 찾아갔다. 목사님의 ‘요나의 표적’을 말씀하시며 성경의 모든 진리가 부활로 다 뚫어진다고 말씀하실 때 부활이 역사적 사건이라는 말씀에 귀가 번쩍 열렸다. ‘부활이 역사적 사건이라고? 성경에만 있는 말 아니었나?’ 너무 큰 충격에 역사적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부활을 보고 난 후 바울과 제자들의 삶이 180도 확 달라진 사실이 보였다. 두려움에 도망간 제자들이 담대히 부활을 외치는 모습이 내 마음을 뿌리째 흔들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구나! 제자들이 진짜 만났구나!’
믿음의 근거는 느낌, 감정, 체험이 아닌 오직 부활이었다. 내 방법대로가 아닌 하나님의 방법, 곧 역사적 사실인 부활을 보니 부활하신 예수님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내 마음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신 예수님을 무시하고 살았던 내 중심이 보였다.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내가 주인 되어 살고 싶어 예수님을 믿지 않고 하나님 자리에 앉아 왕 노릇하며 살았어요. 다시는 제가 주인 되지 않겠습니다. 예수님 제 마음의 주인이 되어 주세요.’ 마음 중심으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사막 같던 내 마음에 기쁨이 샘솟았다. 부활로 보여주신 십자가의 크고 놀라운 사랑에 감격이 몰려오며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완전히 녹았다. 내 뜻대로 남편을 움직이려고 했던 단단한 돌덩이도 치워지고 놀라운 십자가 사랑이 남편에게도 흘렀다.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 힘들게 했던 아이들과, 학교에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경직된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으로 품고 기도했고 연락도 끊고 살았던 지인들을 만나 수시로 복음을 전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삶에 눌려 자신도 감당하기 버거웠는데 이제는 영혼을 살리는 그리스도의 사신이 됐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꿈만 같다.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전능자의 놀라운 사랑을 전하는 자, 부활의 증인으로 이 세상 끝날까지 달려가리라 다짐한다.
조경숙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