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갱도가 무너지는 위험함에 어른들은 술과 도박에 빠지고, 집집마다 고함소리가 그치지 않는 탄광촌에서 자랐다. 고3 때 견디지 못한 어머니가 집을 나가며 나는 졸지에 소녀 가장이 됐다. 새벽부터 아버지와 동생들 챙기기에 대학 준비는 생각도 못하고 집안 살림에 허덕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면서 지옥 같은 집을 탈출했다. 그러나 아무리 절약해도 어머니와 동생들로 돈은 줄줄 새고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그러다 동창생을 만나 혼자 힘으로 준비해 결혼했다. 친정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신혼의 단꿈도 잠시, 임신과 함께 시작된 시부모님의 질병의 짐이 어깨를 눌렀다. 시아버님은 고엽제 후유증, 고관절, 심혈관, 디스크 수술에다 한쪽 팔 마비가 왔고, 시어머니는 골수암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했다. 두 분의 간병과 두 아이 육아에 몸과 마음은 한계가 왔다. 설상가상으로 남편 사업 부도로 집에 압류가 들어오고, 남편은 아예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 삶은 왜 이럴까?’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에 눈물만 흘렸다. 헐값에 집을 팔고 작은 월세 집으로 이사했고, 그 후에도 혼자 여러 번 이사했다. 결국 내가 의지할 곳은 교회밖에 없어 가까운 교회에 나가 열심히 기도하는데 내가 하나님보다 사람을 더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때마침 이사를 했는데 나와 반대로 확실한 믿음과 기쁨으로 사는 친구를 만나 한마음교회에 따라 갔다. ‘하나님께서 부활이라는 증거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너무 놀라웠다. 그리고 말씀으로 교제하며 기쁨에 넘치는 성도들을 보며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싶었다. 부활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고백했는 데도 왜 나는 삶이 힘들고 변화가 없는지 너무 괴로웠다.
정말 살고 싶어 간절히 엎드릴 때 목사님께서 ‘증거를 보고 믿어야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되는 것’이라며 도마의 고백을 말씀하셨다. 마치 예수님께서 못자국 난 손을 내게 내밀어 보여 주시는 것 같았다. 순간 ‘아! 십자가에 달렸던 예수님이 정말 부활하셨구나! 이것이 증거였구나!’ 그동안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셨음에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느낌과 감정을 붙들고 버티며 살았던 내 실상을 알려주시니 주님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부활이 선명해지자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다. 목사님께서 증거를 주셨는데도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가장 악한 죄라며 요한복음 16장 9절의 죄를 말씀하셨다. 그때 ‘나는 잘 믿는데 왜 믿지 않는다고 하지?’ 했던 어느 자매가 목사님의 ‘니가 주인이잖아!’ 하는 호통소리가 벼락같이 들렸다고 한 간증이 내게도 동일한 호통소리로 떨어졌다. ‘예수님은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 그 죄를 회개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모셨다. 주인이신 예수님께 모든 짐을 맡기니 참 자유와 평강이 온 몸에 임했다. 매일 새벽 가족들을 품고 기도했다. 그리고 공동체 예배를 위해 매주 집을 오픈하기 시작했고 작은교회 지체들과 크고 작은 모든 일에 함께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작은교회 식구들의 사랑과 관심, 기도가 있었기에 힘든 과정들을 넉넉히 이겨낼 수 있었다. 한창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던 두 아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사춘기도 모르고 반듯하게 잘 커 주었다. 모든 환경이 오직 예수님께만 온전히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기쁘게 사명자의 길을 달려갈 것이다.
진정란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