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있는 대학에 수석으로 들어가 장학금을 받는 것이 어떻겠냐는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결국 서울 진학을 포기했다. 행정고시 공부는 어디서든 마찬가지라는 생각으로 입학했지만 친구들과 술 마시며 노는데 빠져들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결국 주일예배도 빠지고 매일 친구들과 술로 살았다. 졸업 후에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공부에 손을 놓고 시험도 포기했다. 그러다 삼촌 회사에 들어갔지만 내가 생각하던 직장생활과 너무 달라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제 어떡하지? 다른 대학에 갔으면 지금같지는 않았겠지?’ 생각이 엉키고 복잡할 때 어려서 교회에 같이 다니던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부담 갖지 말고 작은교회에 오라는 형을 몇 번 피해 다니다가 어쩔 수 없이 만났는데 그냥 밥 먹고 이런저런 얘기만 하고 끝났다. 형은 ‘네가 지금 말씀을 듣고 싶지 않다면 전하지 않을 거야. 하나님의 피 값으로 기록된 이 복음은 싸구려가 아니거든!’ 했다. 그 말을 깊이 고민하는 겨울수련회가 시작됐다. 목사님께서 말씀을 선포하시다가 암에 걸린 자매가 자신이 혹시 죽더라도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니 슬퍼하지 말라며 오히려 교인들을 위로하는 간증 영상을 보여주셨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이 요동쳤다. ‘진짜 이분에겐 뭔가 있구나! 그게 부활이구나!’ 마음으론 이해되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래도 나는 세상이 더 좋다고 형에게 솔직히 고백했더니 형은 너무 기뻐하며 복음을 전해주었다.
형은 구약에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라는 예언이 300가지 넘게 나와 있는데 그것을 예수님이 친히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셔서 다 이루셨고 그 증거는 부활이라고 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두려워 도망갔던 제자들이 부활을 전하다 순교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부활이 큰 확신으로 다가왔다. 특히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의 순교를 보며 혼란스럽던 믿음의 종지부를 찍었다. 예수님은 진짜 부활하셨고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 아들이셨다. 예수님이 누구신지 알게 되니 하나님께서 나를 살리기 위해 독생자를 죽이시고 부활로 증거를 주셨는데도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얼마나 악한 죄인지 선명해졌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네 인생의 운전대를 맡겨 드리길 원하니?’라는 형의 질문에 아멘 하며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고백했다.
하나님을 의뢰하며 영원한 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이 땅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형제들과 함께 전도지를 들고 대학교 캠퍼스에 들어가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친구들 모임에서 술을 거절하며 ‘너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인데 예수님이 바로 그런 친구’라고 했더니 모두들 황당해했지만 그때부터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 하나님께서는 3개월 간 인도네시아 단기선교를 허락해 주셨다. 현지인들과 함께 먹고 생활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은 정말 감격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다. 선교지에서 알게 된 것은 하나님이 궁극적으로 원하시는 것은 내가 사역을 잘하고 임무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역의 중심에 하나님이 계시고 내가 주님과 항상 함께하고 주님을 더욱 사랑하는 것이다. 주님의 마음을 깨닫게 되니 회개가 터져 나왔다.
인생의 모든 시간표를 주님의 손에 맡겨드리니 하루하루 기쁘고 자유하게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며 살고 있다. 어디서든 하나님이 허락하신 그 자리에서 끝까지 복음 증거의 사명에 생명을 걸고 달려가겠다.
이지현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