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가래는 호흡기질환 척도

입력 2021-02-07 19:47

50대 B씨는 올 겨울 들어 부쩍 가래가 끓어 담배를 끊어볼까 생각도 하고, 기침까지 나면 코로나 때문이 아닐까 더욱 신경이 쓰인다. 요즘처럼 공기가 탁하고, 차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가래나 기침을 동반한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래는 코에서부터 폐에 이르는 호흡기의 여러 곳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다. 끈적하고 맑은 색의 점액인 가래는 대부분 수분이며, 단백질, 지질, 무기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성분들은 각종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해준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하루에 100mL 정도 분비되고,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가래의 양, 색깔, 형태, 그리고 지속기간은 호흡기 건강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이다. ▲다량의 점성 높은 진한 색 가래가 수일 내에 갑자기 생겼다면 폐렴을 의심할 수 있다. ▲점성이 높고 짙은 색의 가래가 수주에서 수개월 간 지속되면 축농증이나 만성기관지염일 수 있다. ▲피 섞인 가래가 보이면 축농증, 후두염, 기관지염 등을 의심할 수 있고, ▲이런 가래가 1∼2주 이상 지속되면 폐렴, 폐결핵, 폐암 등 중증 질환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삼켜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가래에 세균이 섞여 있을 수 있지만 강한 산성을 띠는 위에서 대부분 죽고, 장을 지나면서 모두 분해된다. 단, 폐결핵 환자의 가래에는 결핵균이 섞여 있어 장에서 결핵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뱉어내야 한다.

◎어떤 검사를 하나=먼저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가래에 이상을 일으킨 질환을 찾아보고 결핵이나 폐렴이 의심되는 경우 객담검사로 원인균을 파악한다. 좀 더 명확한 진단을 위해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기관지내시경 등 추가적인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가래는 호흡기 질환을 알리는 내 몸의 신호이다. 평소 가래를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고, 이상 증상이 있으면 호흡기 내과를 방문해 원인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혹사당하는 호흡기를 위해 오늘부터 건강 습관을 실천해보자!

1. 반드시 금연 한다. 2. 물을 충분히 마신다. 3.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한다. 4. 유산소 운동을 한다. 5. 환기를 자주 한다.

김혜련 원자력병원 호흡기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