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촬영 안전사고 책임소재 모호… 의료기사 불안 가중

입력 2021-02-08 17:09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중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사 등의 종사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기관 관리자인 의료인에게 안전관리 책임소재가 없기 때문인데, 이는 단순히 종사자에게 과도한 책임이 부여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A 기사장은 “MRI는 자기장이 강할수록 영상이 더 선명하게 촬영되지만 위험성은 증가한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흑채 안에 금속성 물질이 있으면 장비가 고장 날 수 있고 심하면 머리 부분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며 “다른 의료기기들이 휙 날아간 경우도 있어서 MRI 검사실에 들어가기 전 컨트롤 룸을 통과해 갈 수 있도록 하고, 환자 내· 외부에 위험 물질이 있는지 여러 차례 확인해야 한다. 과거 개인병원 같은 곳에서는 휠체어, 침대 등이 날아가면서 기기가 고장 나고 환자가 같이 다치는 일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심장 박동을 유지하기 위한 ‘페이스메이커’가 삽입된 경우라면 기기가 심장을 뚫고 나온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못 걸러내면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며 “그래서 사전에 이중삼중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그 업무는 거의 방사선사가 하고 있다. 병동에서 환자를 보낼 때 의사나 간호사가 이런 것들을 확인했는지 알 수 없고, 그대로 통과시켰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방사선사)가 거르지 못한 거라 책임을 모두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병동에서 1차적으로 걸러지지 않는 환자들이 조금 있다. 병동에서도 바쁘다보니 신경 쓰지 않는 것”이라며 “MRI 검사실에 들어가는 순간 사고가 많이 나고 환자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기사들이 전반적 책임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의료법상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 책임은 안전관리책임자(책임자)가 모두 지고 있다. 책임자는 근무 중인 의사, 치과의사, 치위생사뿐만 아니라 방사선사, 이공계 석사학위 소지자등 여러 종사자가 될 수 있다. 이에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 개설자의 관리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대표 발의했다. 서 의원은 “환자안전과 종사자 모두의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관 개설자가 ‘의료인’인 경우 직접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책임자를 선임하도록 하면서 안전관리의 책임을 모두 전가시킨 측면이 있다. 책임자가 직무수행을 소홀히 할 경우 직을 해임하거나 교체하기만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송영조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현재까지 신고된 책임자는 의사가 더 많다”면서도 “의사라고 해서 기기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자를 선정하고 있다. 오히려 방사선사 같이 기기를 잘 아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률 개정을 통해 장치 안전관리와 책임자 교육 등에 대한 법률 근거를 마련하고 품질 관리를 강화했다”며 “물론 현장에서 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관 개설자가 전체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또 국회에서 관련 내용이 발의된 만큼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선임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책임자 중에는 치과의사가 전체 46.2%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의사 34.1%, 방사선사 16.0%, 미표기 3.6% 순이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