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환급금, 실손보험 약관 이유 거부

입력 2021-02-09 17:20
실손의료보험사에서 본인부담상한 초과액을 미지급하는 것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의료복지 차원에서 연간 본인이 부담한 의료비 총액이 기준 상한액을 넘는 경우 그 초과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자에게 환급해주는 제도다. 상한액은 건강보험료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지급이 완료되는 시점은 개인의 보험료가 결정되는 다음연도 7~8월 이후가 된다. 사후환급 시기까지 본인이 의료비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실손보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개정된 표준약관에는 ‘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법령에 따라 사전 또는 사후환급이 가능한 금액을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에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앞으로 예상되는 일들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료를 지급했는데, 앞으로 환급될 것들 때문에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나. 일각에서는 환자들이 이중취득을 위해 이런다고 하지만, 오히려 보험사가 이중취득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중으로 보험료를 내는데 실손보험사는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고 있는 공적급여마저 회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도 실손보험이 환급금을 환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측은 “민간 보험사에서 상한제 사후환급금을 공제하고 지급하는 것 자체가 국민건강보험법 및 상한제 도입취지 등 고려할 때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금융위원회와 공·사 의료보험 연계를 추진하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인식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고 너무하다고 생각되는 사례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추진하는 공·사보험연계법도 실태조사를 통해 필요한 제도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위도 약관대로 이행하는 보험업계 목소리를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일단 약관 제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에 있어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표준약관에 있는 내용대로 따르고 있으나 복지부에서 문제개선을 요청한다면 추후 재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상법에는 이득금지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보험금을 이중으로 받는다면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급증하고 건보 재정에도 손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