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에도 라면 한 그릇 기분 좋게 끓여 먹고 마을 어귀로 나섰습니다. 하루 세끼 밥 먹는 것보다 전도하는 게 행복하다면 믿기세요. 성도는 단 2명뿐이지만 우리 마을 식구들 천국 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배가 부릅니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노와2리에 한 곳뿐인 교회를 담임하는 정종수(66) 하늘복음교회 목사는 배보다 마음이 부른 목회자다. 인근 마을에 비해 유독 토속신앙이 강한 이곳에 교회를 세운 지 4년 만에 고령의 성도는 천국으로, 청소년 성도는 대입과 함께 타 지역으로 보내며 사역은 더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어르신 성도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도시 자녀들의 걱정 어린 연락에 발이 묶였다. 정 목사는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전도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며 지혜를 구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불어 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교회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교회의 80%에 달하는 미자립교회(성도 100명 미만)가 체감하는 위기감은 심각하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위기로 사역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현장에서 전도의 불씨를 살리기란 쉽지 않다. 한 미자립교회 성도는 “교회 재정으로는 전도지를 마련하기 어려워 선교 헌금하는 마음으로 전도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선교의 길이 좁아진 상황에도 전도를 이어가는 캠페인이 있다. 사단법인 복음의전함(이사장 고정민 장로)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방방곡곡 복음심기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전국 각 지역의 버스와 택시 2000대에 복음광고를 게재해 불특정 다수에게 복음을 전하는 비대면 전도 운동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시작돼 오는 14일까지 2개월간 진행 중이다. 10개 권역 48개 지역 대도시를 중심으로 계획됐던 캠페인은 안산 해남 동해 창원 진주 등의 소도시와 농어촌으로 확장돼 현재 총 57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0대의 버스와 택시는 전국에서 운행되는 전체 대중교통 차량 수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복음의전함은 복음전파의 지경을 넓히고 전국 미자립교회의 비대면 전도를 돕기 위해 ‘방방곡곡 2만 미자립교회 복음심기 캠페인’으로 캠페인을 확장했다. 전국 6만여 교회가 운영하는 교회차량이 복음광고판이 돼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교회가 복음광고를 신청하면 직접 부착할 수 있는 교회 차량용 복음광고 디자인 파일을 제작해 무료로 제공한다. 제작된 복음광고 시트지의 출력 비용은 약 2만 5000원. 복음의전함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시트지 출력비조차 부담스러운 미자립교회를 위해 교회 차량 복음광고 키트를 무상 지원키로 하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교회 차량 복음광고 키트는 미자립교회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복음의전함 공식 홈페이지(jeonham.org)를 통해 신청 가능하며 교회 차량용 복음광고 시트지와 밀대, 부착방법 등이 동봉된 교회 차량 복음광고 키트를 무료로 발송해준다. 신청한 교회는 구성품을 수령한 후 부착설명서에 따라 셀프로 광고를 부착하고 복음의전함 측으로 인증샷을 전송하면 된다.
복음광고 시트지는 교회차량으로 활용되는 대표차종(스타렉스 카니발 등)을 기준으로 제작한다. 2만 곳의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이번 캠페인에는 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후원 문의와 신청은 전화(02-6673-0091)와 복음의전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부터 복음광고를 부착한 교회 차량을 운행하는 맹완제(51) 고양 들풀교회 목사는 “엄정화 윤유선 조혜련 등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이 복음광고로 부착돼 있다 보니 신호등에 서 있을 때도 교회 차량을 바라보는 운전자, 보행자들의 시선이 느껴진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교회 차량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 무료급식 운반 등 사역의 최전선에 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차량에 복음이 담긴다면 그 효용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복음의전함은 2019년 ‘대한민국을 전도하다 캠페인’이 펼쳐진 제주도, 휴전선과 가까운 강원도 고성 지역 교회에 1차로 복음광고 키트를 발송했다.
미자립교회 전도 지원에 동참하고자 하는 성도들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복음광고 키트 100개를 후원한 이민철(가명·43)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 집사는 “2주 전 처음 캠페인 소식을 듣자마자 분명 ‘하나님이 기뻐하실 일’이란 생각이 들어 아내와 함께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캠페인을 통해 미자립교회 현장이 힘을 얻고 시편 126편 6절 말씀처럼 열심히 뿌린 복음의 씨앗들로 기쁨의 곡식을 얻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정민 이사장은 “경제난은 물론 인력난으로 지속적 전도와 선교에 어려움을 겪는 미자립교회가 전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캠페인의 의미가 있다”며 “‘방방곡곡 2만 미자립교회 복음심기’ 캠페인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