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사는 간호사 A씨(32·여)는 지난 2일 선별진료소 업무를 그만뒀다.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의 모욕적 언행을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포항시가 1가구당 1인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하루 평균 300명의 검체를 거뜬히 채취해온 권씨였지만 정신적 피해는 이겨낼 수 없었다.
A씨는 3일 “지난달 20일 한 중년 여성이 검사를 위해 면봉을 코에 집어넣자 ‘씨XX아 아프다’며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한참을 째려봤다”고 당시를 표현했다. 지난 1일에는 구룡포에 산다는 70대 남성이 검사를 거부하고 10분간 A씨에게 고성을 지른 일도 있었다. A씨는 “좋은 뜻으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서러움만 남기고 떠나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검사를 받으러 온 일부 시민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리두기가 길어진 탓에 생업이 절실해진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들의 완강한 검사 거부에 특히 애를 먹고 있다. 현장 의료진은 “감정노동자가 된 기분”이라고 토로한다.
부산에 사는 간호사 김모(31·여)씨는 지난달 1일부터 선별진료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사흘 정도만 제외하고 매일 출근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 김씨를 억누르는 것은 육체적 피로가 아닌 정신적 스트레스다. 김씨는 지난주 한 50대 남성에게 수모를 당한 일화를 소개했다. 김씨가 남성에게 “코와 목에서 검체를 모두 채취해야 한다”고 안내를 하니 남성은 “목만 하라”고 강압적으로 요구했다. 이후 김씨의 설득에도 남성은 삿대질하며 “어린 X이 뭘 아냐” “민원 넣을 테니 각오하라”는 등의 엄포를 놨다. 며칠 전에는 자가격리 해제를 위해 검사를 받으러 온 또 다른 남성이 ‘나는 무증상’이라며 대뜸 김씨의 손을 세게 내리치고는 도망치다 붙잡혀오는 일도 있었다.
서울의 선별진료소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30대 여성 B씨는 “최근 개인 마트를 운영하는 60대 여성이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으러 왔었다”며 “그런데 여성은 검사를 받기 직전 갑자기 ‘양성 떠서 가게 운영 못 하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도록 하려고 “죄송하다”며 사과한 B씨는 검사 후에도 이 여성의 항의를 들어야만 했다. 검사가 2일 후에 나온다는 B씨의 설명에 “게으르다” “일 똑바로 안 하냐”며 목청을 높인 것이다. 진료소 인력상 오후에 채취한 검체는 수탁기관에 다음 날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검사 결과가 늦어질 수도 있다.
온갖 수모를 겪은 B씨지만 검사를 거부하는 자영업자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그는 “최근 자영업을 하다 폐업한 부모님이 떠올라 검사를 거부하는 사람들 모두 생계가 절실해 몸부림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심경을 전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