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망이 한화 불 댕겨볼까… 힐리 “내가 온 이유”

입력 2021-02-04 04:06
지난 2일 경남 거제 하청스포츠타운에서 타격 훈련하는 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 라이온 힐리. 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해 프로야구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 부족했던 것은 승수(46승 95패 3무)만이 아니었다. 팀 안타(1189개)·타점(523점)·득점(551점)처럼 승리를 결정하는 모든 기록이 바닥을 찍었다. 원정에서 9회말 수비할 일도 없이 패배하는 날만 쌓아가니 정규리그 144경기의 타석 수 총합도 5483차례로 10개 팀 중 가장 적었다. 당연하게 팀 타율(0.245)도 최하위였다.

마운드라고 달랐을까. 그래도 타선 앞에서 할 말은 있다. 팀 평균자책점(5.28점)에서 바로 아래에 SK 와이번스를 두고 9위로 완주했다. 공격의 짜임새가 없을 땐 한방이라도 노려볼 법하지만, 한화의 타구는 좀처럼 담장을 넘어가지 않았다. 한화의 지난해 팀 홈런은 79개로 최하위. 100홈런도 치지 못한 팀은 한화가 유일했다. 한때 ‘다이너마이트’로 불렸던 한화의 타선을 다시 살려낼 방법은 없을까.

한화의 신임 사령탑 카를로스 수베로(49·베네수엘라) 감독이 새판을 짜는 타선에서 ‘4번 타자’로 유일하게 타순을 언급한 새 외국인 내야수 라이온 힐리(29·미국)는 그 해답을 찾을 열쇠다. 힐리는 3일 경남 거제 하청스포츠타운에 꾸린 한화의 스프링캠프에서 장타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그게 내가 한국으로 온 이유”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힐리는 신장 195㎝ 체중 104㎏의 건장한 신체조건으로 장타를 뿜어내는 내야수다. 1루와 3루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 2016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로 데뷔해 72경기를 출장하고 13홈런 37타점 타율 0.305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69홈런 214타점 타율 0.261. 한화에 부족한 장타 생산력을 높일 자원으로 평가된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힐리를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를 합산한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한화 이글스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3일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경남 거제 하청스포츠타운에서 야수들의 주루 능력을 점검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수베로 감독은 아직 야수의 타순과 포지션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힐리에 한해서만 4번 타자 겸 1루수로 활용할 밑그림을 그려 놨다. 힐리는 이런 수베로 감독의 구상에 대해 “여러 수비 포지션을 경험했다. 타순과 포지션을 정해 주는 것이 나에게도 편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응했다.

선수 한 명의 기록보다 팀 승리가 절실한 한화의 상황을 힐리는 알고 있다. 힐리는 홈런을 포함한 올 시즌 개인기록 달성 목표에 대해 “숫자로 잡은 목표는 없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승리하고 싶다”고 했다.

수베로 감독의 생각도 같다. 수베로 감독은 홈런 한 방보다 짜임새 있는 공격의 연결로 득점을 완성하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공격적인 주루를 한화의 정체성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힐리가 장타도 책임져야겠지만, 홈런만큼 삼진이 많은 유형의 타자가 되지 않길 원한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야수들을 1루에 놓고 주루 능력을 점검했다.

거제=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