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야당의 북한 원전 추진 의혹 제기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검찰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로 여권이 한때 수세에 몰렸지만, 국민의힘이 ‘이적행위’ 등으로 몰아붙이자 대대적인 역습에 나선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례적으로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내가 기억하는 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원전은 거론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이동식 저장장치)에도 원전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 제1야당 지도자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며 “완벽하게 잘못 짚었고 묵과할 수 없는 공격을 대통령에게 가했다”고 했다.
청와대도 연일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야당의 의혹 제기는 선거용 색깔론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수석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보다 더한 조치도 해야 한다. 국론을 분열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이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USB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야당과 소통 창구인 정무수석까지 대야 공세 전면에 서면서 당분간 청와대와 국민의힘 관계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무원들을 향해 “과감히 도전해 주기 바란다.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대응할 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고,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대북 협력 아이디어를 ‘이적행위’로 공격하는 상황에서 공직사회에 ‘흔들리지 말라’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원전 게이트’ 의혹에 불을 붙인 후 마땅한 후속 공격 카드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으로서 당연히 문제를 제기하고 청와대와 여당은 의혹을 해소할 의무가 있음에도 형사 책임 운운하며 과민 반응하는 모습은 적반하장”이라며 “산업부 공무원이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믿을 수 있도록 국정조사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공소장에 기재된 삭제 파일 중 ‘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V1.1’ 문건을 산업부가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나머지 문건들도 모두 공개가 이뤄져야 의혹이 풀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성수 양민철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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