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자료 공개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문재인정부가 비밀리에 원자력 발전소를 북한에 지어주려 했냐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수사와 관련해 파일이 삭제됐다는 검찰 공소장을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적행위를 했다”고 정부·여당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산업부의 자료 공개로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자료의 공개를 요구한 당사자는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다. 자료에는 ‘동 보고서는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를 뒤집을 만한 다른 자료가 없거나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게 제1 야당답다.
국민의힘은 부인하고 있으나 이번 문제 제기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그럴수록 실체적 진실에 근거해야 위력이 배가된다. 대북 제재로 사실상 인도적 지원마저 끊긴 상황에서 야당의 주장은 상식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원전은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논의해서 지을 수 있는 종류의 시설이 아니다”는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의 어제 발언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이런 마당에 2018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 공개를 둘러싼 공방은 백해무익하다. 북한 문제를 두고 빚어지는 불필요한 남남갈등이야말로 북한만 좋은 일 시켜주는 이적행위다. 정상 간에 주고받은 내용은 함부로 공개해선 안 된다는 국제관례를 국민의힘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바라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료를 그때그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운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삭제한 이유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사설] 더 이상의 북한 원전 공방, 국익에 반한다
입력 2021-02-0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