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새 출발 캠프’… 충격 컸지만 기대감도 크다

입력 2021-02-02 04:02
신세계그룹으로 매각되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선수단이 1일 제주도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같은 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모여 훈련을 준비하는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 전지훈련 길이 막히면서 이날 일제히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 제공

1일 제주 서귀포의 강창학 야구장. 특유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SK 와이번스 야수들이 스프링캠프 첫 훈련을 위해 모여들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SK 구단을 인수한단 소식이 전해진 뒤였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덤덤했다. 훈련에 앞서 동그랗게 모여 파이팅을 다진 선수들은 이내 쉴새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이날 내린 비 때문에 야외 훈련이 취소됐지만, 좁은 실내 연습장은 곧 선수들의 함성과 열기로 가득찼다.

SK 구단은 다음달 5일 신세계그룹 이마트와의 인수 계약을 완료한다. 선수들은 이 때부터 정든 SK 유니폼을 벗고 임시 유니폼을 입게 되며, 다음달 20일 시범경기에 맞춰선 아예 신세계그룹을 상징하는 유니폼이 준비될 계획이다. 사실상 ‘SK’란 이름을 달고 치르는 마지막 스프링캠프. 하지만 선수단은 아쉬움보단 기대감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SK의 마지막 감독이자 신세계 구단의 초대 감독 역할을 수행하게 된 김원형 감독은 이날 훈련 중 기자들과 만나 “오랜만에 팀에 돌아왔는데 와이번스가 없어진다는 건 분명히 아쉬움이 남고 부담스런 일이지만, 새 시작이니 잘 해보고 싶다”며 “작년은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었기에 되풀이하지 않도록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에선 이날 훈련 직전 인수 과정을 담당한 부사장급 임원 2명과 실무자 2명이 선수단을 소집해 구단의 인수과정과 향후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었던 선수들도 이에 아쉬움을 넘어 새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주장 이재원은 “항상 (입는게) 당연했던 유니폼이었는데 인수 소식을 접한 뒤 입으니 감회가 색다르고 아쉽더라”면서도 “새 팀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선수들과 다시 명문구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SK의 역사를 쭉 함께해온 ‘원클럽맨’ 김강민도 “SK가 창단할 때 프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처음 매각 소식 들었을 때 충격이 컸다”면서도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세계적으로 상황이 안 좋은데도 야구단을 인수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1일 2021시즌을 대비한 스프링캠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지난해까지 구단들은 해외에 스프링캠프를 차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모두 국내에서 담금질을 시작한다. 아직 야외 훈련을 진행할 정도의 기온이 아닌 중부지방 팀들은 남쪽 지방으로 내려갔다. SK가 제주에 온 것처럼 KT 위즈는 부산 기장에, 한화 이글스는 경남 거제에 캠프를 열었다. 두산 베어스-LG 트윈스도 경기도 이천의 2군 시설에서 컨디션을 점검한다. 남부 지방에 위치한 롯데 자이언츠(부산), KIA 타이거즈(광주), NC 다이노스(창원), 삼성 라이온즈(대구)와 유일하게 돔 구장을 쓰는 키움 히어로즈는 각각 홈구장에 훈련캠프를 차렸다

다만 캠프 첫 발을 뗀 선수들이 맞이한 건 세차게 내리는 비였다. 롯데도 강우 탓에 이날 사직구장에서 계획한 훈련을 취소했다. 롯데 사령탑 2년차를 맞이한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과 오전 미팅으로 훈련을 대신했다. 허 감독은 이 자리에서 “부상 없이,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미팅을 마치고 만난 기자들에게는 “선발과 주전에 대한 구상을 가지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지켜볼 것”이라며 포지션별 경쟁을 예고했다.

허 감독과 롯데 선수들은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대호가 지난 29일 현역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과정에서 불씨를 지핀 ‘한국시리즈 우승’이 바로 그것이다. 이대호는 연봉과 별도로 매년 1억원의 우승 옵션을 추가해 목표를 제시했다. 허 감독은 이런 이대호에게 “꿈은 곧 목표가 된다”는 말로 화답했다.

다른 팀들과는 달리 강우 영향을 받지 않은 키움은 이날 오후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지난 2008시즌 넥센 시절부터 코치진으로 함께한 홍원기 신임 감독은 선수단 미팅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주전 선수들이 부진할 때 대체할 수 있는 플랜 B나 C를 확인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의 빈자리를 여러 선수가 함께 메워줄 거라고 기대한다”며 “경쟁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은 시범경기 전부터 많은 걸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주장을 맡은 박병호는 훈련 후 “지난해 성적 부진을 만회하겠다”며 “김하성이 빠지는 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지난해에는 시즌 후반부터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한 시즌 길게 보고 야구를 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며 “중심타선인 만큼 팀이 타점이 필요할 때 득점할 수 있도록 집중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서귀포=이동환 기자, 부산=김철오 기자, 김용현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