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 맏형’ 최태원, 상의 회장 맡는다

입력 2021-02-02 04:02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온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됐다. 최 회장이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되면서 ‘공정경제 3법’ 등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웠던 재계와 정부의 관계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한상의는 1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를 열고 최 회장을 차기 서울상의 회장에 추대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는 관례에 따라 최 회장은 선출 절차를 거친 뒤 다음달부터 3년간 대한상의 회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최 회장은 이날 “추대에 감사드린다”며 “상의와 국가경제를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데 적합한 분”이라며 “평소 상생,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온 분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이로써 최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역임했던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에 이어 2대째 재계 단체장을 맡게 됐다. 전경련은 재계 대표단체로 목소리를 내왔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며 주요 대기업 회원사들이 탈퇴하는 등 위상이 낮아졌다.

재계 안팎에선 4대 그룹 총수 모임을 주도하면서 ‘큰형님’ 평가를 받는 최 회장이 대표 경제단체 자리를 굳힌 대한상의를 맡아 실질적인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그의 행보가 재계의 이익을 대표하는 데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시대가 변한 만큼 경제단체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대정부 관계에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더해 반기업 정서 해소에도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경북 안동에서 열린 ‘21세기 인문가치 포럼’ 기조 강연에서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사회가 기업과 기업인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