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으면 녹슨 인생… “가치 실현 위해 공부하고 독서하라”

입력 2021-02-02 03:03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31일 서울 강남구 삼익아트홀에서 열린 한섬공동체의 ‘길을 묻다’ 기획 포럼에서 “사회에 가장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생의 황금기는 60세 이상의 노년기”라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품격 있는 나이 듦은 어떻게 가능할까. 101세의 노철학자는 “늙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이라며 일하고 공부하며 즐겁게 사는 삶의 지혜를 나눴다.

한섬공동체(대표 김석년 목사)는 31일 서울 강남구 삼익아트홀에서 ‘길을 묻다’ 기획시리즈 제1포럼을 개최했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인생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삶과 신앙에 관한 메시지를 전했다. 푸근한 미소를 띤 그는 정정한 모습으로 청중 앞에 섰다. 목소리는 작았지만, 눈빛은 또렷했고 자세도 단정했다.

김 교수는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잘못된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생은 출생 후 30세까지 교육받는 시기, 31세부터 60세까지 직장인 등으로 일하는 시기, 61세부터 90세까지 은퇴 후 다시 사회인으로 사는 시기, 세 단계로 나뉜다”며 “돌아보면 제일 소중했던 때는 삶의 열매를 많이 맺어 쓰임받았던 3단계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60~65세에 많은 일을 했고 70대에 비중 있는 책들을 집필했다”며 “학업과 사회활동 등으로 60세부터 75세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보람된 인생을 살기 위해선 스스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워드로는 공부 일 취미를 꼽았다. 그는 “선진국을 보면 나이 들었다고 노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부분 일한다”며 “일이 없으면 녹슨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늘 공부하고 일해야 한다. 독서는 필수”라고 덧붙였다.

생계만을 위한 일에서 벗어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일할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젊은 시절 10명의 가족을 부양했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때는 생계를 위해 일했다”며 “한 사건을 계기로 수입보다 가치를 좇아 일하기 시작했는데 10여년 후 제 삶에 변화가 있음을 느꼈다. 돈 때문에 일할 땐 피곤했는데 가치를 좇아 일하니 늘 즐거웠고 피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천은 할 일이 너무 많다”며 “늙었다고 끝난 인생처럼 여기는 건 어떤 의미에서 죄악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늘 기도하며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자인 시사평론가 손진기씨가 “지금 행복하십니까”라고 묻자 김 교수는 당연하다는 듯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답했다. 2시간 가까이 그의 지혜에 귀를 기울인 참석자들은 뜨겁게 박수를 보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