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온 종교적 신념(신앙심)의 변화’에 관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응답자가 14개 선진국 중 ‘신앙심이 약화됐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6월 10일부터 8월 3일까지 14개국의 성인 1만4276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다. 14개국은 호주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대한민국 스웨덴 영국 미국이다.
조사에서는 대한민국 응답자의 9%가 ‘신앙심이 약해졌다’고 답해 조사국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평균(3%)을 크게 웃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라들은 모두 5% 이하로 나왔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신앙심이 강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미국이 28%로 가장 높았다. 스페인(16%) 이탈리아(15%)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10%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 중 ‘종교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이들로 범위를 좁혀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앙심이 강해졌다’는 응답 비율은 스페인(49%) 미국(48%) 이탈리아(44%) 등의 순으로 높았고 우리나라는 30%로 하위권이었다. ‘신앙심이 약해졌다’는 응답의 비율은 한국이 14%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본인 외에 자국민의 신앙심’을 주제로 한 질문에서도 대한민국은 ‘약화됐다’는 응답이 17%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미국(14%)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10%)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가 가족관계에 미친 영향’도 조사됐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영국 캐나다는 응답자 10명 중 4명가량이 ‘가족관계가 좋아졌다’고 답해 코로나19가 가족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보인 그룹으로 분류됐다. 반면 독일(13%) 벨기에(11%) 한국(10%)은 ‘가족관계가 나빠졌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특히 미국인의 35%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신이 인류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보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퓨리서치 측은 “응답자의 다수는 ‘코로나19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지난해 봄 코로나19 확산 당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국민의 신앙심이 강해진 점은 주목할 지표”라고 밝혔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