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시장 선거

입력 2021-02-02 04:03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는 여당 후보들의 친문 원조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친문 구애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서울시장을 뽑는 선거인지, 친문 동호회장을 뽑는 선거인지 헷갈릴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보궐선거 경선에 뛰어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0일 유튜브에서 “난 원조 친문이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다녔고 선거에서 진 뒤 캠프 해단식에서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8일에는 자신이 문 대통령의 대학 동문임을 상기시켰고, 그 나흘 전에는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란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경쟁자인 우상호 의원도 31일 “나는 원조 친문은 아니지만 원조 친노”라고 강조했다. 그 전날에는 강성 친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을 지키는 데 선봉에 선 여러분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의 구애전은 당내 경선에서 영향력이 큰 친문 권리당원 표를 의식한 것일 테다. 물론 당내 경선에서 이기는 게 중요해 일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 보니 다른 공약이나 시정에 대한 토론은 사라지고 온통 원조 경쟁만 부각되는 형국이다. 특히 인구 1000만 세계적인 도시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데, 마치 특정 세력에 누가 더 충성했는지를 가리는 선거처럼 보여 씁쓸하다. 후보들이 이제라도 원조 다툼에서 벗어나 전체 시민을 위해 누가 더 열심히 봉사할지를 경쟁하기 바란다.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도 단일화 이슈 말고는 들여다볼 게 없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단일화 문제로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의 선(先) 단일화 얘기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코로나19 사회의 시대적 과제나 민생 문제들은 계속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9년 만에 시(市) 권력을 되찾겠다는 세력일수록 더 새로운 시정 대안을 제시하는 데 열심이어야 할 텐데 그런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야당은 단일화 설전에서 속히 빠져 나와 민생 회복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선거에 임해야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