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이 ‘릴레이 귀향’과 ‘메뚜기 상견례’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가족의 대소사를 치를 수 있는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집합금지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명절 모임을 강행하거나 여행을 떠나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경북 칠곡이 고향인 박모(52)씨 삼 남매는 지난 주말부터 돌아가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있다. 박씨는 지난 29일 밤 내려가 31일 오후 서울로 돌아왔고 오는 6일에는 맏형이, 설 연휴에는 자영업을 하는 막냇동생이 내려갈 예정이다. 박씨는 “여러 지역에서 자식이 방문하면 80대 후반인 부모님이 가장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도 “지난해 내내 자식 손주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모(28·여)씨는 최근 식당 내 방을 두 개 예약해 간신히 상견례를 치렀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 때문에 양가 부모님과 예비부부 등 6명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견례는 첩보 작전처럼 이뤄졌다. 먼저 한 방에는 김씨와 김씨 부모가, 다른 방에는 예비신랑과 부모가 모여 있다가 시간을 정해 양가 부모 4명만 한 방에 모여 식사를 했다. 이때 예비부부는 다른 방에서 식사한 뒤 다시 방을 바꿔 서로의 가족을 환송하는 방식으로 상견례를 마쳤다고 한다. 김씨는 “부모님끼리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몰라 불편했다. 우리가 함께 했으면 분위기가 더 부드러웠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집합금지 상황에서 이렇게나마 상견례를 마쳐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설엔 고향 방문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충남이 고향인 서모(57)씨는 최근 동생 일가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명절은 고향에서 준비하자”고 말했다. 서씨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대여서 괜찮을 것 같다”며 “작년 어머니 기일도 간단히 치렀는데, 올해 설까지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석보다 올해 설에 고향을 방문하겠다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구인구직포털 ‘사람인’이 지난 26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1400여명 가운데 36.6%가 이번 설에 귀성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실시한 조사에서는 귀성 의사를 밝힌 비율이 25.7%였다.
1년 내내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대한 피로감에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오모(30)씨는 이번 설 연휴에 지방의 한 리조트를 예약했다. 그는 연휴 시작 직전 고향에도 미리 다녀올 예정이다. 오씨는 “지난해에도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결국 제주도나 관광지에 사람이 더 몰리지 않았느냐”며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실내에 사람들이 몰리는 시설만 잘 피하면 오히려 한적한 리조트가 더 안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황윤태 강보현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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