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한(46) 새오름교회 목사는 40대 중반에 ‘재개발로 인한 소송’과 ‘교회합병’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 교인들과 함께 큰 난제를 두 차례나 푼 류 목사는 교회 부흥까지 이끌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교회에서 최근 만난 류 목사는 “큰 고난 끝에 교회 성장이라는 값진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오름교회는 장수원교회와 장암교회가 2018년 4월 합병한 뒤 새롭게 출범한 예배공동체다.
교회 합병은 자칫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어렵게 교회를 합쳤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합병은 두 교회가 행정적으로 합치는 ‘물리적 합병’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있다. 합병의 종착역은 교인들이 하나 되는 ‘화학적 결합’이기 때문이다.
합병 예배 때 류 목사는 이런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당시 류 목사는 “오직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로 쉽지 않은 합병을 했다”면서 “새오름교회는 갓 태어난 어린아이와도 같으니 많은 기도와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합병은 성공적이었다. 류 목사는 “두 교회의 결핍이 분명했고 합병으로 모든 게 보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전 류 목사가 사역하던 장암교회는 재개발로 예배당이 철거된 상태였다. 장수원교회는 새 예배당이 있었지만, 건축 부채와 이로 인한 갈등으로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장암교회 예배당이 재개발로 헐린 건 2017년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인 류 목사는 서울 도봉구 창동교회에서 8년간 부목사로 사역한 뒤 2016년 장암교회의 청빙을 받았다.
부임할 때 “재개발되면 종교부지를 받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니 재개발조합의 말이 달라졌다. 조합은 “‘구두 약속’이었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없다”며 협상에 소극적이었다. 소송이 시작돼 조합이 교회에 14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예배당을 새로 마련하기에는 부족한 돈이었다. 교회는 인근 장암복지센터를 빌려 예배를 드렸다.
류 목사는 “예배당 없는 설움을 주일마다 느꼈다”면서 “하루는 장수원교회 장로님들이 찾아와 ‘교회를 살려달라. 두 교회를 합치면 윈-윈할 수 있다’며 합병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두 교회는 예장통합 서울강북노회 소속으로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장수원교회의 부채는 20억여원에 달했다. 부채 상환이 시급했던 교회는 고심 끝에 장암교회와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장암교회가 응답할 차례였다.
류 목사는 곧바로 확답하지 않았다. 대신 “기도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고 교인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합병 논의는 없던 일로 하겠다는 원칙도 세웠다”고 회상했다. 1년 가까이 기도하는 가운데 예배당 없는 불편함은 커져만 갔다. 장수원교회의 어려움도 변함이 없었다.
2018년 2월 장암교회 당회는 합병을 결정하고 제직들의 뜻을 묻기 위해 공동의회를 소집했다. 제직은 집사 권사 장로 등 교회 직분자를 말한다. 제직들은 만장일치로 합병을 지지했다. 결국, 두 교회는 하나가 됐다. 장암교회 교인들은 예배당을 얻었고 장수원교회 교인들은 건축 부채를 대폭 줄이고 예배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합병은 교인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됐다. 교인들의 화학적 결합도 빠르게 진행됐다. 한 해 80~90명이 새로 등록하면서 두 교회 합쳐 180여명이던 교인이 350여명으로 늘었다.
류 목사는 “큰 교회와 합병해 교회 건물을 확보하겠다거나 단번에 교인을 늘리려는 인간적인 마음을 버려야 원만하게 합병할 수 있다”면서 “각자 교회의 부족한 부분을 합병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지 자세히 살피고 교인과 함께 기도하며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병 뒤 교인과 교역자는 쾌적한 예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회 전체를 청소했다. 오랜 갈등을 겪은 장수원교회는 곳곳에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다. 크고 작은 보수 공사를 10여 차례 했다. 제일 처음 공사는 교회학교 저학년생들을 위한 예배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로비에는 카페와 유치부 예배실, 소그룹 모임을 위한 공간도 만들었다.
류 목사는 “합병을 계기로 완전히 새로운 교회로 탈바꿈하기 위해 내부 공사를 했다”면서 “교역자들까지 나서서 청소도 하고 페인트칠을 하며 교회를 꾸몄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파르던 성장세는 주춤해졌다. 류 목사는 예배 회복을 가장 중요한 사역 목표로 세웠다. 그는 “아무리 좋은 목회 프로그램도 예배보다 앞설 수 없다”면서 “코로나19로 제자 양육과 소그룹 사역이 잠시 중단됐지만,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간절히 예배드릴 수 있도록 교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예배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배를 통해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더욱 굳건한 반석 위에 신앙의 기틀을 세우기 위해 교인들을 양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