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소법’ 대비 불완전 판매 차단 부심

입력 2021-02-01 04:03

금융거래에서의 판매자 책임을 대폭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은행권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여러 은행들이 금융사고 사전 차단을 위한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으며, 투자상품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지 않은 직원은 아예 상품 판매를 금지한 은행도 생겼다.

특히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여전히 그 파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소비자 리스크’ 관리에 더욱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최근 KT그룹과 AI 기반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방지 프로세스 도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AI 학습 목적으로 KT와 공유하고, KT는 상품 판매 관련 컨설팅을 시작으로 향후 불완전판매 문제를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AI 프로세스를 개발키로 했다.

신한은행도 신규 상품에 대한 고객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나 판매자가 설명 중 누락한 부분이 있는지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AI솔루션을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역시 AI가 고객 필체를 학습해 고객이 계약서에 작성한 내용 중 빠졌거나 잘못 적은 부분은 없는지 등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며, KB국민은행도 투자 성향 분석, 판매 과정 등을 녹취하고 불완전판매 여부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이미 지난해 10월 AI 기술 기반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적용한 불완전판매 점검 고도화 프로젝트를 완료한 상태다.

창구직원 교육도 강화됐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상품숙지 의무제’를 도입했다. 신규 상품에 대한 교육과정 수료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내용을 제대로 숙지한 은행원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지난 22일 ‘금융소비자 보호 실천 다짐문’를 직접 쓴 뒤 전 직원 앞에서 공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자체 ‘미스터리쇼핑’ 등을 통해 현장점검을 하고, 점수가 미달할 경우 별도 교육과 재점검을 벌인다. 재점검 때도 낙제점이 나오면 아예 해당 지점에서의 상품 판매를 정지시킨다고 한다.

이와 함께 대부분 은행들이 이미 ‘소비자보호’를 내건 내부 조직을 신설 내지 재정비했으며,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기구를 만들어 부실판매 등에 대한 검증을 맡기기로 했다.

올 3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금소법은 6대 판매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반한 금융회사에는 상품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고, 판매를 한 직원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