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실트론 인수과정 문제… 상반기 중 결론”

입력 2021-01-29 04:08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반도체 소재업체 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이 회사에 갈 이익을 부당하게 가져갔는지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상반기 중 결론지을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세계적 로봇기업을 인수하면서 정의선 회장에게 유용한 사업기회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조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 중 사업기회 제공 행위다. 쉽게 말해 회사가 수행할 수 있는 유망한 사업기회를 총수일가가 부당하게 가져갔다는 것이다.

SK는 2017년 LG실트론을 1조원에 인수했다. 회사가 70.6% 지분을 인수하고 나머지 29.4%는 최 회장이 취득했다. 당시 최 회장은 금융회사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신종금융기법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대출 형식으로 지분을 가져왔다. 향후 SK실트론이 상장하면 최 회장은 해당 지분에 따른 수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계약방식이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것은 TRS 계약 방식이다. 공정위는 2018년 4월 효성이 조현준 회장 개인회사 격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경영난에 빠지자 TRS 계약을 활용해 조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과징금 30억원과 함께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SK가 TRS 계약을 활용해 총수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이 효성 건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사업기회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2018년 8월 SK실트론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조사에 착수한 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계약방식 등 ‘심증’은 있지만 최 회장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는 내부자 진술 등 ‘물증’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SK 관계자는 “당시 최 회장은 채권단이 주도한 공개입찰에 참여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재무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60%는 현대차 등 법인이, 20%는 정 회장이 인수했다. 외형상 회사와 총수가 지분을 나눠 인수하는 SK실트론 사건과 닮은꼴이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가 80%를 전부 인수하지 않고 일부를 정 회장 개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현대차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혐의로 볼 소지가 있다며 공정위 신고를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8일 “SK실트론 사건 결론에 따라 현대차 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