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가격 거품 우려와 높아지는 물가·금리 상승 압력 등에도 “긴축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지만 증시는 “그게 전부냐”는 듯 실망감을 드러내며 주저앉았다. 미국 3대 지수가 모두 2% 넘게 빠졌고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도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 동반 급락했다. 추가 부양책 등 ‘플러스 알파’가 없었던 데다 연준이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는 연준의 고용, 인플레이션 목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그는 테이퍼링을 하더라도 “꽤 점진적”일 것이며 “누구도 놀라지 않을 만큼 훨씬 전에 신호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전반적으로 시장을 위협하기는커녕 안심시킬 만한 설명이지만 이날 다우지수는 2.0%, 나스닥과 S&P500은 각각 2.6% 급락했다. 상당 기간 2%대 인플레이션 용인, 테이퍼링 시기 내년 이후 전망 등 기대에 못 미치는 FOMC 결과가 차익실현 등 매도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은 FOMC 내용이 대체로 예상에 부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책결정문에서 ‘경제활동과 고용이 회복 중이지만 아직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에 미달한다’는 종전 평가가 ‘경제활동과 고용 회복 속도가 완만해졌다’로 바뀐 점에 주목했다. 중장기적 우려를 나타내는 표현은 아니지만 이미 불안한 시장이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받아들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날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이 공매도를 시도하다 개인투자자들의 공세에 대규모 손실을 낸 게임스톱 사태도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보잉 테슬라 등이 주요 기업 실적이 기존 전망을 밑돈 점도 투자심리 약화 요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해 7억2100만 달러 이익을 내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음에도 4분기 매출이 월가 추정치보다 11억 달러가량 낮게 나오면서 2% 하락했다.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28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71%, 2.50% 하락한 3069.05와 961.23으로 마감했다. 두 시장 모두 급락 출발한 뒤 반등을 노렸지만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에 무거운 흐름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5000억원, 5000억원을 팔고 개인이 2조원어치를 사들였다.
케이프투자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고속도로에서 속력을 내는 와중에 도로 표면 위에 있는 조그마한 돌만 밟고 지나가도 차가 흔들리는 것처럼 현재의 주식시장도 단기 과열 우려가 높아지다 보니 호재보다는 작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