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손실보상 관련 피해 파악이 어렵자 ‘영세 사업자’는 일괄 지원하는 방식도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손실 정도를 따지지 않는 지원은 재난지원금 같은 일회성 수당일 때는 괜찮지만, 법적 보상은 여러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형평성 논란이 일 경우 정부에 대한 소송까지 가능해지는 데다 손실을 따져 보상을 한다는 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내에서 연매출 4800만원 미만 사업장은 손실에 비례하지 말고 동일한 금액을 주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자영업 소득·매출을 파악하는 길은 종합소득세(매년 5월)와 부가가치세(매년 1월, 4월, 7월, 10월) 신고 때다. 하지만 연매출 4800만원 미만은 부가세 신고가 면제되고, 수입이 적어 종합소득세 신고도 많지 않다. 소득 확인이 어려우니 그냥 일괄 정액을 주자는 뜻이다.
이런 방식은 재난지원금 등 일회성 수당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법적 지원은 다른 문제다. 연매출이 4800만원 미만이어도 사업장마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다르다. 손실·이익 차이가 있어 일괄 지급은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손실보상법을 제정하면 액수 차이에 대한 불만으로 소상공인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 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실보상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법 취지에 어긋날 수도 있다. 손실보상법은 국가가 피해를 줬을 때 재산을 보상하는 것인데 피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일괄 지원은 모순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매출액보다는 매출 이익이 얼마나 손상되었는가, 즉 피해를 본 매출 이익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수준까지 손실로 볼 건지도 관건이다. 손실로 볼 수 있는 감염병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서서히 완화될 때는 ‘손실보상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또 당에서는 영세 사업자 외에는 손실에 비례해 보상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 역시 해결할 부분이 많다. 종합소득세와 부가세를 함께 봐야 하는데, 소득세 신고가 1년에 한 번이라 보상을 때마다 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거론되는 방식은 재난지원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굳이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문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여당에서 쏟아져 나오는 소상공인 손실 보전 방안들이 손실보상법에 대한 것인지,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것인지를 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실보상법은 법안 심의 등 절차로 인해 4월 전 지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손실보상은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오늘 방안 마련, 내일 입법, 모레 지급’을 할 수 없다”며 법제화의 졸속 가능성을 우려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