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엔 무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논란… ‘반쪽백신’ 되나

입력 2021-01-28 04:02
미얀마 양곤의 한 병원 의료진이 26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백신 ‘코비실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초도 물량 150만회분을 공급받은 미얀마는 이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고령층에 효과가 없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최악의 경우 젊은층에 한해서만 사용 승인이 내려지는 ‘반쪽 백신’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에머 쿡 유럽의약품청(EMA) 청장은 이날 유럽의회 보건위원회에 출석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특정 연령대에서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쿡 청장은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에 속단하지 않으려 한다”면서도 “특정 연령대에 초점을 맞춰 사용을 승인하자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보다 넓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자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쿡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에 효과가 없다는 보도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날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 일간 빌트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8%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독일 언론들의 보도가 사실일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젊은층에 한해서만 사용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의존하는 중진국과 후진국들의 접종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독일 언론의 보도에 대해 완전히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가 지난해 11월 랜싯에 게재한 데이터에 따르면 고령층은 백신 접종에 따른 강력한 면역 반응을 보였다”면서 “2차 접종 이후에는 고령층 항체 생성률이 100%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파스칼 소리오 CEO도 이날 이탈리아 일간 라리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층에 대한 효능을 입증할 실험 데이터의 양이 다소 제한돼 있는 건 맞는다”면서도 “현재로선 젊은층과 고령층 모두에서 매우 강력한 항체 생성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독일 보건부도 나서서 기자들이 수치를 혼동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56~69세 임상시험 참여자 비율이 8%였는데 일부 언론이 이를 해당 연령층에 대한 효능으로 착각해 오보를 냈다는 것이다.

다만 독일 보건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고령층 비율이 낮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했다. 소리오 CEO도 “이 같은 이유로 일부 국가에서 젊은층에 한해서만 사용 승인을 내리겠다고 결정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에서 나온 고령층에 대한 예방률이 과대평가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상자들의 낮은 감염률이 백신이 아닌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덤 핀 브리스톨대학 소아과 교수는 “랜싯에 제출된 논문의 데이터 자체는 과학적으로 검증됐다”면서도 “임상이 진행될 당시 영국은 최고 수준의 방역체계를 유지하며 고령층을 보호해 낮은 감염률을 이뤄냈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낮은 가격과 유통 편의성을 앞세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국을 비롯해 주요국들에 대한 수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EMA에서 조건부 판매 승인을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며 29일 결과가 나온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3만명 규모의 추가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