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막지못한 나눔… 곳곳서 ‘얼굴없는 천사’

입력 2021-01-28 04:02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에서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왔다.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도 소외된 이웃을 돕겠다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막지 못했다.

서울 성북구는 27일 새벽 얼굴 없는 천사가 월곡2동 주민센터에 20㎏ 포장쌀 300포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얼굴 없는 천사의 미담은 2011년부터 11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까지 전달된 쌀은 총 3300포(66t), 시가 1억9800여만원에 이른다.

이번에도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명절을 날 수 있도록 27일 새벽에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는 짤막한 전화 한 통이 전부였다. 전화를 받은 월곡2동 주민센터 박미순 월곡2동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천사가 쌀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서 어려운 상황에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존경과 감사를 느꼈다”고 말했다.

월곡2동 주민센터가 천사의 쌀 300포를 실은 트럭을 맞이하고 쌀을 내리는 일은 이제 월곡2동의 큰 연례행사가 됐다. 올해도 이날 새벽 천사가 보낸 쌀 300포를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주민센터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쌀을 나르는 인원이 대폭 줄었고 마스크를 쓴 채 예년에 비해 두세 배의 쌀을 나르다 보니 안경 쓴 사람들의 렌즈에는 김이 가득 서리기도 했다. 하지만 미소는 숨길 수 없었다.

천사의 모범을 따라 나눔에 동참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나눔에 동참한 한 어르신(76)은 “동네 독거노인 대부분이 천사가 보낸 쌀을 받는다”며 “얼굴 없는 천사처럼 작은 행복이라도 나누기 위해 지역 노인 100명이 1만원씩 모으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익명 기부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구 중구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4시쯤 동인동행정복지센터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나타났다. 이 여성은 봉투를 주고 급히 자리를 떠났는데 봉투 안에는 “100만원, 약소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십시오”라고 적힌 편지와 함께 5만원권 20장이 들어 있었다. 기부금은 이번 설 명절에 동인동 저소득 주민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오전에도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대구시청을 찾아 청원경찰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주고는 “불우이웃 돕는 데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투 안에는 5만원권 74장(370만원)이 노란 고무줄에 묶여 있었다.

김재중 선임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