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수출로 버틴 성장률, 과제는 민간소비 진작

입력 2021-01-27 04:02
지난해 한국경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잇단 거리두기 강화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5.0%나 감소한 게 결정적이었다. 내수 부진에 따른 사무실 공실이 늘어난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태풍 속에도 ‘1% 후퇴’에서 버텨낸 것은 정부 지출과 하반기 수출 회복의 영향이 컸다. 정부가 돈을 풀어 방어망을 치는 동안 반도체 등의 수출이 되살아나면서 전반적인 경제성장률 급락을 막아냈다는 것이다.

3,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두고 경기 회복 기대감도 고개를 들지만 현재로서는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얼어붙은 민간소비 문제가 난관인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아직 코로나 영향권 안에 있다”며 낙관론을 경계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1.7%를 기록했다. 연간 민간소비(-5.0%)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11.9%) 이후 최저치다.


업종별로 봤을 때 항공업체가 포함된 운수업과 영화관·미술관·헬스장 등의 문화·기타업 성장률이 각각 -15.9%, -16.5%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도소매·숙박음식업 성장률도 -5.8%로 떨어졌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던 지난해 1분기보다 4분기에 더 나빠졌다. 3차 유행의 충격은 올 1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성장률 낙폭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컸다. 지난해 정부는 네 차례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66조8000억원을 풀었다. 지난해 GDP 성장기여도에서 정부는 1.0%포인트를 차지했다.

수출의 경우 연간으로 따지면 전년 대비 2.5% 감소하면서 1989년(-3.7%)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을 냈다. 다만 9월부터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3분기에 16.0% 급반등했고, 4분기에도 5.2% 성장했다. 결국 지난해 성장률에 대한 내수의 기여도는 -1.4%로 발목을 잡았지만 수출은 0.4%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1%’의 성적에 “경제 규모 10위권 내 선진국들이 -3%에서 -10% 이상 역성장이 예상되는 것에 비하면 최상위권의 성장 실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다시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한은은 향후 경기 회복 전망을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민간소비의 회복이고, 백신 접종 속도가 변수라는 것이다. 박 국장은 “2019년 4분기 민간소비 수준을 1로 봤을 때 지난해 4분기는 0.93으로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재성장률이 많이 떨어진 상황인데,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서 (-1% 성장을) 유지한 것”이라며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얼마나 빨리 집단면역을 형성해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잘 할 수 있느냐가 올해 성장률의 키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호일 조민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