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정의당이 성추행 사건의 수습 조치로 당내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했다. 또 4·7 보궐선거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전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책임있는 사태 수습과 해결을 위해 의원단과 대표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회의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상대책회의는 차기 대표 선출 전까지 운영되며, 공동대표는 강은미 원내대표와 김윤기 당대표 직무대행이 맡기로 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도 제기됐지만 정의당은 당내 비상기구 체제를 택했다. 강 공동대표는 “다른 정당은 늘 책임 회피하는 방식의 비대위를 만들어 문제를 풀었는데 정의당은 고유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이 있다”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제대로 책임지고 나가는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의당 내에선 당 조직문화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고강도 대책 마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은 우선 수습책으로 재보선 무공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당에서는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밝혔고, 김영진 부산시당 위원장이 부산시장 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정의당은 이와 별도로 성폭력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당 젠더본부장이 구체적인 안을 준비키로 했다.
성추행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이 사임한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 자리는 류호정 의원이 이어받았다. 강 원내대표는 “장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를 두고 당의 결정과 다른 투표를 한데 책임지는 차원에서 지난달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김 전 대표를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활빈단은 “당대표 사퇴와 직위해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우월적 지위에 있는 당대표의 권한과 위력을 이용한 사건 전모를 철저히 수사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일방적으로 제 의사를 무시한 채 가해자를 형사고발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한다”며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 어떤 피해자다움에도 갇히지 않은 채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제 의사와 무관하게 저를 끝없이 피해사건으로 옭아넣는 것는 매우 부당하다”고 썼다.
한편 김 전 대표의 성추행에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무관용 대응을 촉구한 더불어민주당의 전날 공식논평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권인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이 발표한 입장문은 너무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어떻게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유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피해를 받게 됐다”며 뒤늦게 사과했다. 피해자의 의원직 사퇴 요구 등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강준구 정우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