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김학의 출금 의혹’… 수사 주체·범위 놓고 시끌

입력 2021-01-27 00:07 수정 2021-01-27 00:07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6일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초대 처장으로서 기반을 잘 닦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사진기자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를 놓고 수사 주체부터 범위에 이르기까지 연일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현재 이첩을 거론하는 건 불공정해 보일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공익신고 과정의 불법성 여부도 함께 수사돼야 한다”는 주장과 “공익신고자 고발 위협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맞선다.

공수처는 정작 김 전 차관 사건을 맡아 수사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논의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26일 “(이첩 관련) 기관 간 협의는 없었다”며 “아직 출범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공수처에는 처장을 보좌할 차장도 제청되지 않았고 수사처 검사·수사관은 모집 중이다. 수사는 물론 행정을 맡을 인력조차 다 갖추지 못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앞서 실질적 수사 돌입까지는 적어도 2개월이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이러한 실정에도 외부에서 먼저 공수처의 ‘1호 수사’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을 언급하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법에 의하면 현재 상태에서 이첩하는 것이 옳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사항과 같은 공익신고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날 “조사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공수처 수사의뢰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별장 성범죄 및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재출석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검찰은 이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를 압수수색했다. 김 전 차관의 출금 정보를 유출한 공익법무관을 2019년 4월 수사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무마하려 한 정황을 확인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대상이 ‘윗선’으로 뻗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수사 주체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자체를 외압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수처 이첩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검찰 밖에서도 제기된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이 사건을 이첩받는다면 장기적으로는 공수처의 신뢰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타 수사기관이 수사에 미온적일 때가 아니라 수사 속도를 높일 때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간다면 정치적 개입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가 공수처의 구체적 사건 이첩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관계자는 “법제 담당 인력이 ‘공수처 규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 범위를 둘러싼 장외 논란도 뜨겁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공익신고 과정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는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출금의 절차적 불법 여부를 따져 수사한다면 검찰 수사기록인 공익신고 내용이 정치권에 넘어간 절차적 불법 여부도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 본부장은 공익신고자를 사실상 검찰 관계자로 지목하면서 공무상 기밀유출 혐의로 고발을 검토 중이다.

다만 공익신고자 고발을 공언하는 것은 부적절한 위협이라는 지적도 많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 내용에 직무상 비밀이 포함되더라도 신고자가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은미 참여연대 공익제보센터 팀장은 “법에도 ‘책임 감면’ 조항이 있기 때문에 벌써 공익신고자에 대한 처벌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