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물가가 연초부터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작황이 부진했던 쌀값이 오르고,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으로 계란값도 인상됐다. 여기에 소맥(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수입액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압박도 점차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KAMIS)에 따르면 계란(특란 30개) 소매가격은 6718원으로 1년 전보다 27.6%나 급등했다. 최근 AI 확산으로 지난 25일 기준 전국에서 1100만 마리가 넘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 때문에 계란을 주로 사용하는 제과·제빵업계에서는 계란값 상승이 가격 인상 요인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4년 전 AI 확산으로 인한 ‘계란 파동’ 당시 계란 수급 부족으로 카스텔라, 롤케이크 등 일부 품목의 생산을 중단했던 SPC는 계란값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4년 전과 같은 생산 중단이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SPC 관계자는 “지금은 계란 수급이 원활해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원가 인상이 계속되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1년 전보다 16.0% 인상된 쌀값도 즉석밥, 도시락 등 제조업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오른 쌀값을 잡기 위해 최근 정부가 18만t의 비축미를 풀었지만 체감이 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쌀값 인상이 누적되면 제품가격 인상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제곡물 가격이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담 요인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는 3월 인도분 옥수수와 밀 등의 선물 가격이 각각 2013년, 2014년 이후 최고가를 매달 경신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의 경우 주요 수출국에서의 가뭄, 중국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8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밀을 사용하는 빵, 라면 등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일반적으로 수입 곡물은 6~12개월 단위로 사전 계약해 확보해 두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밀을 수입해 제분 판매하는 CJ제일제당도 “곡물가 예측 시스템 등을 갖춰 가격 흐름을 미리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사업에 부담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장기화됐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장은 가격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가격 인상 요인이 장기화되면 업계도 마냥 감내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