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원순사건 성희롱 맞다”

입력 2021-01-26 04:05
생전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사진)과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한 김재련 변호사.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냈다.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의혹을 성희롱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관련 수사를 맡은 검찰과 경찰은 해당 사건을 대부분 혐의없음으로 종결한 바 있다. 인권위는 다만 서울시 직원들의 묵인·방조 의혹은 인정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2021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심의·의결하고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피해자 지원단체가 지난해 7월 28일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하고 조사에 착수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행동은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냈으며 집무실에서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다만 인권위는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의 성희롱 의혹 사건 묵인 방조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인권위는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서울시에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반한 비서실 업무 관행의 개선을 요구했다. 여가부에는 지자체장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발생 시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해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피해자는 인권위 발표 후 낸 입장문에서 “사실인정, 진실규명이 중요했지만 제 피해사실이 세세히 적시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기관에서 책임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시간이었다”며 “이 시간이 우리 사회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중앙당은 중앙당기위원회에 김 대표를 제소하고 즉각 직위해제했다. 당 대표가 소속 의원을 성추행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젠더 이슈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정의당은 이번 일로 지도부 총사퇴 요구 등 후폭풍에 휩싸였다.

강보현 이가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