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로 사망자가 나온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이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 의견과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허점이 있었다. 맹견 소유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반 대형견이 원인인 개물림 사고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없다시피하다. 일반 대형견 소유자들의 반려견 관리 소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이 사망 사고에 적용된 사례는 ‘0건’이다. 2019년 3월 시행된 개정 동물보호법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인 맹견 소유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해의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사망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했다. 2017년 9월 슈퍼주니어 멤버인 최시원씨 가족의 반려견인 프렌치 불독이 이웃을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적용할 수 있는 법령이 없다는 지적이 일자 동물보호법을 개정했었다.
처벌이 강화됐는데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맹견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면 무조건 소유자 책임이다. 반면 일반견은 목줄 없이 산책하다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만 처벌이 가능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등록된 반려견은 2019년 기준 209만2163마리다. 이 중 법정 맹견으로 분류되는 반려견은 전체의 0.1%인 300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 스텐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이 이에 속한다.
지난해 5월 연예인 김민교씨의 반려견인 벨지안 시프도그가 인근 주민을 물어 죽인 사고가 발생했지만 처벌을 면한 이유이기도 하다. 몸무게가 20㎏을 넘는 대형견이지만 법정 분류상 맹견은 아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시 동물보호법 처벌 대상이 아니었고 피해자와 합의를 봤기 때문에 형벌을 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법이 개정된 2019년만 해도 1565건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렇다할 처벌이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현행법으로는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다음 달 12일부터 맹견 책임의무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피해자 보상을 강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상 처벌 대상을 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