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담당 수사관이 확인했는데도 거짓 해명한 데 대해 사과했다. 진상조사단을 꾸린 경찰은 담당 수사관의 허위보고 경위를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또다시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에 휩싸인 경찰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국수본 수사국장)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이 차관 사건 관련 설명 중 일부 사실이 아닌 부분이 확인됐다.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28일 기자간담회 때 이 차관의 운행 중 폭행 장면을 입증할 만한 택시 내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당시 택시기사가 폭행 영상을 제출했는데도 담당 수사관이 묵살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거짓 해명을 한 셈이 됐다. 최 국장은 “(담당 수사관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사종결 처리 적정성을 두고 문제가 불거지던 당시 폭행 영상의 존재 여부를 물었지만 담당 수사관이 사실과 다르게 보고를 했고, 경찰 수뇌부는 그대로 믿었다는 얘기다. 최 국장은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관이 피혐의자 또는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차관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는 이날 블랙박스 복원업체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복원된 폭행영상의 존재를 확인한 시점과 경위를 특정하기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제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안일한 경찰의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안이라 택시기사나 블랙박스 복원업체 등을 접촉하는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사건이 표면화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보니 권력자 범죄를 다룰 때는 눈치를 보게 되는 총체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은 꼬리를 물고 확산하고 있다.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이 차관을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들이 변호사로만 인지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 차관이 전현직 경찰인사 등을 통해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국장은 “사안을 무마하려 한 정황이 확인되면 직권남용 등의 적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차관은 이날 출근길에 “경찰 고위층과 연락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현수 최지웅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