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맞대결하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친문 구애 경쟁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 생일인 24일 박 전 장관은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했고, 우 의원은 “지금껏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던 대통령”이라며 축하 글을 올렸다. 서로를 ‘동생’ ‘누님’이라 칭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이들이지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표심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노무현 대통령님, 너무 그립습니다. ‘깨어 있는 시민’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박 전 장관은 MBC 기자 시절 권양숙 여사를 인터뷰했던 영상을 올리며 권 여사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권 여사님은 제 손을 꼭 잡으시고 어머니 마음을 담아 걱정, 응원, 격려를 해주셨다”고 했다.
앞서 봉하마을 방문 직전에는 문 대통령의 69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님 생신 많이 축하드린다. 벌써 대통령님과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논하던 그 시간이 그립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의 고리를 강조하며 친문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 의원도 4년 전 19대 대통령 경선 방식을 확정했던 일을 회고하며 “2017년 1월 24일 우리는 낡은 기득권 질서를 청산하는 경선 방식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껏 만나본 적 없는 대한민국과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박 전 장관과 우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한 뒤 처음으로 동행한 일정에서도 미묘한 기싸움이 감지됐다. 이낙연 대표와 남대문시장 현장방문이 예정돼 있던 23일 박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소상공인 여러분 힘내시라고 대통령 모시고 찾았던 곳”이라며 콕 집어 남대문시장을 소개했다. 우 의원도 현장방문을 마친 뒤 “민주당의 승리와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뛰자”고 했다.
둘 다 당내에서 ‘진문’으로는 분류되지 않는 만큼 경선 투표의 50%를 차지하는 권리당원의 표심을 얼마나 얻을지, 친문 의원들의 조직력을 얼마나 확보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장 ‘삼수생’, ‘재수생’인 박 전 장관과 우 의원의 정책 대결도 주목할 거리다. 박 전 장관과 우 의원은 서울에서만 각각 3선, 4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우 의원은 주택 공약 등 현재까지 일곱 번의 공약 발표회를 했다. 박 전 장관은 26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