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이 확인하고도 고의로 덮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이다. 경찰이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지만 “도대체 경찰을 믿을 수 있느냐”는 강한 의구심만 들 뿐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대상이 되는 이동 중 폭행 여부다. 특가법은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상황을 포함해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협박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특가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단순폭행과 달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그동안 폭행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객관적 증거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택시기사의 증언에 의존해 내사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택시기사가 목적지에 도착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진술했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단순폭행 사건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택시기사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해뒀던 30초 분량의 영상을 지난해 11월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에게 보여줬고, 해당 영상을 본 수사관은 “영상을 못 본 걸로 하겠다”며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뒤늦게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아울러 국가수사본부장(현재 직무대리) 지시에 따라 13명으로 구성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토록 논란이 됐던 ‘봐주기 의혹’ 수사의 핵심 증거를 고의로 덮은 경찰의 자체 조사를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경찰이 독립적인 수사권을 갖고 과연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된다. 이미 재수사에 나선 검찰이 이런 정황을 감안, 철저히 수사하길 기대한다. 특히 서초서 수사팀은 물론 경찰 지휘라인의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그 윗선의 관여는 없었는지도 명명백백 밝혀야 할 것이다.
[사설]‘이용구 폭행 영상’ 고의로 덮다니… 못 믿을 경찰
입력 2021-01-2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