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도 못한 취임식… “대통령 춤 추는 모습 못 봐 아쉬워”

입력 2021-01-21 04:0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계단 앞 야외무대에서 최종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엔 퍼레이드도 없고 무도회도 없고 군중도 없었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 중 가장 조용하고 간소했다. 무섭게 번지는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지난 6일 발생한 의사당 폭동 사태에서 비롯된 폭력 사태 우려로 취임식이 대폭 축소됐다. 대통령 취임식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행사였던 카퍼레이드나 무도회도 사라졌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엔 지지자들을 포함해 보통 20만명가량이 초청됐다. 그러나 이번엔 참석자가 2000여명에 불과했다. 일반 국민을 위한 초청장은 발송되지 않았고, 상·하원 의원들이 단 한 사람씩만 초청하도록 했다.

군중이 없는 자리를 깃발들이 대신 채웠다. 의회의사당과 워싱턴기념탑, 링컨기념관을 잇는 내셔널몰을 따라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와 50개 주를 대표하는 깃발 19만여개로 채워진 ‘깃발들의 들판’이 조성됐다.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진 못했지만 팝스타들이 적극 취임석에 참석했다. 가수 레이디 가가, 배우 제니퍼 로페즈, 공화당원이면서도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식 공연 요청을 거절했던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 등이 취임식에서 공연했다.

취임식의 주요 행사들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취임식을 마친 새로운 대통령이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이동하는 퍼레이드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상징하는 행사지만 이번에는 배우 겸 감독인 토니 골드윈이 진행을 맡은 ‘화상 전국 퍼레이드’로 대체됐다. 취임식 퍼레이드는 1881년부터 이어져 왔다. 수십만 인파의 환호를 받으며 진행되는 취임식 퍼레이드는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대중에 알리는 의미를 가지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취임식날 밤 성대하게 열리는 무도회 형식의 축하파티도 이번에는 열리지 않는다. 대신 배우 톰 행크스가 진행하는 90분짜리 TV쇼 ‘미국을 축하하며’가 방송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출연해 연설하며 존 본 조비,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유명 연예인과 택배기사 등 ‘소영웅’들이 출연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도회가 생략되는 게 큰 일은 아닐 수 있지만 아쉬운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WP는 대통령 취임식에 대해 “일반인들도 역사적인 순간에 속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대통령과 영부인의 첫 번째 춤도, 지지자들의 환호도 없겠지만 손자들에게 전해줄 얘기도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무도회에 초대받은 대부분의 사람은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일하거나 기부하는 데 몇 달을 보냈고, 그 결과 자신들이 지지한 후보가 이겼다는 사실을 기념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이기도 했다.

무도회는 미국인들에게 무엇보다 ‘추억’과 관련된 일이다. 초대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취임식 무도회는 평생 한 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 춤추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에게 비욘세가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 등 여러 역사적 장면들이 무도회에서 연출됐다. 무도회 직전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영부인의 드레스가 공개되면 패션업계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WP는 “행사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은 얘깃거리와 사진, 특별한 순간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 밤의 의미는 무도회장을 넘는 울림을 지닐 수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