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계시를 구원에 관한 내용으로 축소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자연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라는 말을 들으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계시는 물론 각 신학 전통의 조직신학 서론부에서 다뤄야 할 내용이다. 하지만 계시를 구원에 대한 것으로만 한정해 생각하는 것은 일부로 전체를 보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편 19편과 로마서 1장 등 성경 곳곳에는 자연에 남긴 하나님의 흔적을 보라는 메시지가 등장한다. 책은 성경의 방식으로 자연에 남겨진 계시를 이해하도록 초청한다. 저자 역시 기존의 ‘자연 계시가 불신자에게 하나님을 설명할 때 핑계 댈 수 없는 증거가 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언급하긴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연으로 하나님의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그분의 영광을 찬양하자는 데 집중한다.
바울이 말한 것처럼 “자연도 구속(救贖)을 기다린다”면 구원에 대한 계시가 피조세계를 향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골로새서에서 바울은 십자가의 대속이 “땅과 하늘의 모든 것이 주님과 화목하게 되는 것”을 위한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 역시도 그 창조의 결과물 중의 하나다. 따라서 계시는 인간과 창조세계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시는 단순히 인간이라는 종의 구원만을 말하지 않는다. 먼저 창조주 하나님의 위대함과 유일하심, 충만한 지혜와 선한 다스림, 온 땅에 가득한 임재의 증거를 이야기한다. 또 그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본성 속에 있는 양심과 그 작용을 통해서도 계시의 조각을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이 최고의 권위로 삼는 성경이 자연으로 하나님의 흔적을 보라고 말한다면 구태여 그 초청을 거절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책상 밖으로 나와 눈을 들어 마주하는 거대한 자연과 그 향기, 서늘한 공기와 묵직한 흙의 질감은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찬양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