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벌이고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싸움의 키는 단연 ‘타이밍’이다. 현재 야권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앞서 있는 안 대표로선 단일화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최근 서울지역에서 야당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힘은 당내 후보를 먼저 뽑아 판세 변화를 일으킨 뒤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20일 “국민의힘 내부 경선 참여는 큰 고민 끝에 한 결정”이라며 거듭 야권의 단일화 필요성과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전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선 참여 제안을 거절한 것에 대해선 “나는 문재인정부와 싸우는데 제1야당은 안철수와 싸우는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안 대표 측은 소모적인 단일화 논쟁으로 야권 지지자들의 피로감을 키워선 안 된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다자 구도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국민의힘이 본경선에서 국민의힘 후보 간 단일화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안 대표가 1대 다자 구도를 원해 본경선 참여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본경선 이후에도 단일화 논의가 가능한데 안 대표가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차라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안 대표에게 입당·합당 제안을 했을 때 안 대표가 본경선 참여를 제안했다면 진정성이 보였을 것”이라며 “3월까지는 우리 당 후보 선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도 이날 경선 후보 등록을 하며 “야권 분열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제안한 건데 이뤄지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발표회를 열면서 애초 계획과 달리 안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발표회에서 “안 대표의 본경선 참여는 당헌·당규와 선거법상 어려움이 있다”며 “우리 당은 우리 당 후보를 뽑아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