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명하면서 외교·통일·안보 라인이 정 후보자와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트로이카 체제로 재편됐다. 남·북·미 관계에 정통한 세 사람이 현 정부에서 자리를 바꿔가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는 이례적인 장면도 보게 됐다. 전문성을 중시한 결과라지만 ‘그때 그 사람들’의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7월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근무하다 서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정 후보자는 이임사에서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 후보 시절 외교·안보 정책 입안 과정에서부터 정부 출범 이후에는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까지 중추적 역할을 해 온 분”이라고 평했다.
서 실장도 “지난 3년 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많은 실적을 거둔 정 실장께 매우 수고하셨다는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렇게 덕담 속에 바통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이번엔 6개월여 만에 NSC에서 각각 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직함으로 만나게 됐다. 두 사람은 문재인정부에서 대북, 대미 특사단으로 함께 워싱턴과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서훈 안보실장이 국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후임자로 발탁된 이가 박지원 원장이다. 박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전도사로 2000년 사상 처음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서 실장과 박 원장의 인연도 각별하다. 당시 박 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대북 밀사로 정상회담 협상을 할 때 서 실장은 국정원 실무자로 배석했기 때문이다.
세 사람 모두 남북, 북·미 관계에 익숙한 만큼 외교·안보 정책에서 손발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서 실장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박 원장이 대북 협상, 정 후보자가 대미 협상을 맡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북·미 및 남북 관계 경색 등 외교·안보 환경이 ‘2018년의 봄’과 크게 다른 상황에서 이번 외교·안보 진용 개편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